-
-
게이트웨이 미술사 - 미술의 요소와 원리.매체.역사.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평점 :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미술을 제대로 알기가 결코 녹록지 않다. 이제 새로운 스타일의 미술 입문서가 나온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2011년 미국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세 명의 교수들은 일반인과 학생들을 위해 독창적인 미술 입문서를 펴냈다. 그들은 이론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1013개의 다양한 도판을 직접 보여준다(컬러만 865개). 이미지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를 위한 배려에서다.
이러한 시도는 본래 에른스트 H. 곰브리치에게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일찍이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전문용어를 과감히 버리고 그림을 간편하게 보는 감상법을 소개했다. 그가 쓴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는 1950년 영국에서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8백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게이트웨이’는 말 그대로 미술로 들어가는 문을 뜻한다. 원제도 〈Gateways to Art〉다. 저자들은 미술로 들어가는 문을 다음과 같이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눈다.
1. 미술의 요소와 원리(Fundamentals) : 고대 나스키 지상화의 ‘선’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게임 심즈의 원근법 분석까지 폭넓게 나아간다.
2. 매체(Media & Processes) : 회화와 조각부터 그래픽 디자인·영화·디지털 매체·설치와 퍼포먼스 아트까지 미술의 모든 매체를 다룬다.
3. 역사(History & Context) : 선사시대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시작한 여정은 21세기까지 이어지며, 전 세계 미술의 역사적 맥락을 정리한다.
4. 주제(Themes) : 미술가의 창작의 동기를 과학·통치자·공동체·환경·전쟁·젠더 등의 주제를 통해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들은 여러 시대와 문화에서 나온 8점의 대표 작품들을 골라 게이트웨이로 삼고 있다. 즉 여덟 작품을 4개의 카테고리별로 디테일하게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이 그림과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대표 작품 8점은 다음과 같다.
- 쿠푸 왕의 대 피라미드 (the Pyramids of Giza)
- 올메크족의 거대 두상 (the Colossal Olmec Heads)
-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Raphael’s The School of Athens)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Artemisia Gentileschi’s Judith and Holofernes)
-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5월 3일》 (Goya’s Third of May 1808)
- 가츠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해변의 큰 파도' (Hokusai’s The Great Wave off Kanagawa)
- 도러시아 랭, 《이주자 어머니》 (Dorothea Lange’s Migrant Mother)
- 앙리 마티스, 《이카로스》 (Matisse’s Icarus)》 *이 작품은 책의 표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표 작품들에는 그림, 사진, 판화, 건축과 공예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음에 주목하자. 독자는 대표 작품을 통해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출판사 이봄에서 보내준 샘플북(64쪽)을 미리 훑어보았다. 원서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덕분에 곧 나올 완전판(624쪽)의 모습을 잘 엿볼 수 있었다. 카테고리별로 10장 내외로 구성된다(총 39장). 각 장의 본문은 15쪽 정도다. 판형(275*215)도 원서의 크기를 그대로 살렸다. 보기에도 시원시원하다.
번역은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의 동문 네 사람이 4개의 카테고리를 하나씩 맡았다. 옮긴이들은 적어도 대학에서 원서를 교재나 레퍼런스로 미리 접했을 것이다. 곰브리치의 정신과 전문성을 잘 살려 우리말 문체 역시 간결하면서 함함하다.
한편 2015년 9월 원서의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은 새롭게 60여 쪽이 추가되었고, 도판도 1725개로 대폭 늘어났다. 이봄 측은 국내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개정판도 곧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독자의 감성에 맞게 새로운 감각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 책, 《게이트웨이 미술사》 의 출간을 축하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