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아미 - 제2차 세계대전 일급비밀부대 이야기
릭 바이어.엘리자베스 세일스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고스트 아미(ghost army), 유령 군대. 이 책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실존했던 특수 부대, '고스트 아미는'의 활약성을 그렸다. 때는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개시일로부터 몇 주 후였다. 미군은 1100명 규모의 특수 부대, 23부대를 유럽에 급파했다. 이들은 화가,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이었다.

 

작전은 단 하나. 적과 아군을 깜쪽같이 속이는 것이었다. 군 최고 수뇌부만 아는 그들은 말 그대로 유령처럼 움직였다. 이들은 전장에서 '기만'을 위한 전술, 가히 아트 수준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령 공기 주입식 모조 탱크와 수송 트럭을 만들고, 불도저로 전차 바퀴 자국을 내며, 거대한 스피커로 대부대가 이동하거나 주둔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엉터리 정보를 담은 모스 부호를 날리기도 했다.

 

▲고스트 아미 부대원들이 모조 공기주입식 탱크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작전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면 적들도 미리 대비하기 마련이다. 작전의 성패 여부를 떠나 막대한 희생이 따르기 쉽다. 이들이 발휘한 기지 덕분으로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저자들이 소개한 활약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라인강 도하 작전이었다. 고스트 아미에게 1945년 독일로 진격하던 미9군 제30보병사단과 제79보병사단이 실제 공격 지점보다 남쪽으로 16㎞ 아래에서 도강 공격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들은 모조 탱크와 군용차 200대를 동원하여 마치 두 사단이 실제 도강을 하는 것처럼 기만술을 펼쳤다. 독일군이 엉뚱한 곳에 화력을 집중한 덕분에 실제 두 사단이 라인강을 돌파하면서 발생한 사망자는 31명에 그쳤다. 사실 노르망디 작전이 하나의 거대한 기만술의 승리였다. 독일군은 연합군의 상륙 작전이 임박했음을 눈치챘으나, 칼레에 집결한 위장 함대에 속아넘어갔다.

 

저자 릭 바이어·엘리자베스 세일스는 1996년 50년 만에 기밀해제된 '고스트 아미'에 관한 방대한 기록과 문서를 찾아 정리했다. 고스트 아미 출신 병사들과의 인터뷰, 편지, 일기와 회고록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당초 릭 바이어는 '고스트 아미'란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이들을 조명하면서 '고스트 아미'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겠다. 우선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제2차 세계 대전의 비사(秘史)를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어 예술적 재능으로 뭉친 병사들이 그린 수채화와 드로잉 을 감상하는 맛이다. 가령 추상주의 화가 엘즈워스 켈리, 패션 디자이너 빌 블라스, 야생동물 화가 아서 싱어, 사진작가 아트 케인 등이 모두 고스트 아미 출신이었다.

 

살다보면 정공법보다 우회 전략이 더 먹힐 때가 있는 법이다. 삶이 곧 전쟁터라고 했든가. 넘어서야 할 상대가 있다면 정면 대결보다는 에둘러 가거나 그럴 듯하게 위장하는 것도 하나의 비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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