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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종의 탄생 - 인종적 사유의 역사 ㅣ 우리 시대의 주변 횡단 총서 8
마이클 키벅 지음, 이효석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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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 마이클 키벅 교수는 타이완국립대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서구가 동아시아를 때론 폄하하고 때론 두려워하며 지속적으로 선입견을 강화해왔다며 비판한다.
먼저 1장에서 서구의 선교사와 상인 및 여행가들이 한국인을 포함한 중국인, 일본인을 처음엔 ‘백인’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2장은 린네와 블루멘바흐와 같은 분류학자들에 의해 동아시아인이 ‘황인’으로 규정된 과정을 살펴본다.
3장은 서구가 동아시아를 포함한 비서구 지역의 주민들을 비백색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로 규정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동원했던 (사이비) 과학적 노력들을 소개한다. 4장은 동아시아인이 ‘몽고’족으로 규정된 이후 동아시아인의 신체적 특징을 몽고눈, 몽고점으로 부르고, 다운증후군마저 몽고증이라 부르게 된 과정을 밝힌다. 마지막 5장은 서구가 황색에 집착한 이유를 되짚는다.
블루멘바흐는 1795년 몽고인종의 개념을 발명했다. 그는 몽고인종을 “익힌 오렌지와 밀의 중간색”으로 규정했다. 블루멘바흐의 분류는 이후 몽고인종에 대한 편견을 확대 생산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편 조르주 퀴비에는 블루멘바흐의 도식을 더 단순화해서 세 가지 인종 유형, 즉 백인/코카서스인종, 황인/몽고인종, 흑인/에티오피아인종으로 축소했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몽고눈, 몽고(반)점과 몽고증으로 들어가보자. 개화기 일본 왕가의 주치의를 맡았던 에르빈 벨츠는 몽고점이 비백인 인종에서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인종적 지표로서 반점이 증거로 제시되었고, 백인에게는 전혀 없다는 쪽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벨츠는 반박 자료와 증거가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한다.
1866년 영국 의사 존 랭던 다운이 처음 보고한 다운증후군이 ‘몽고증’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인종 구분’이라는 분류에 따른 것이다. 가령 튀어 나온 눈, 두꺼운 입술, 양털머리 등 외모를 기준으로 전형적인 몽고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운증후군은 일종의 퇴화된 인간의 증거로도 여겨졌다.
진보적 진화주의자 스티븐 제이 굴드 조차 다운증후군을 앓는 어린이들이 실제 동아시아인을 닮지는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작지만 누구든지 알아볼 수 있는 몽고주름, 즉 전형적인 동양인 눈의 특징을 보이며 일부는 피부가 약간 황색”이라고 했을 정도라는 것.
이 책은 서구의 시각에서 동아시아를 바라본 인종적 사유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 서구인들은 동아시아인들을 두개골, 외모와 피부색 등으로 인종적 선입견을 확대 재생산해 왔다. 이에 대한 반론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그런 선입견에 물들어 온 우리 스스로를 자각하게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