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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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처음 소개된 때는 1914년 4월이었다. 당시 아사히 신문에 연재소설 형식으로 4개월여 게재되었다. 책으로 출간된 것은 연재가 끝난 그해 9월이었다. 백 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이 없다. 나쓰메 소세키는 작품을 통해 한 인간의 깊은 내면을 선보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나'의 시점이 교차된다는 것이다. 관찰자인 '나'가 '관찰대사장가 '나'가 된다. 처음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나'는 가마쿠라에 해수욕을 가서 눈길을 끄는 중년 남성을 발견한다. 나는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기로 마음먹고 가까이 다가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형적인 모습에 그친 관찰일 뿐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말하고자 한 것은 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겉모습만으로 부족하고, 그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3부 <선생님과 유서>는 앞서 대목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선생님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평론가 강유정 씨는 이를 두고 '고백'이라는 서사 양식을 제안했다고 평한다.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강유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쓰메 소세키는 그 '마음'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방식으로 체감되며 어떤 형식으로 드러나는지 그 마음의 서사를 발명해냈다. 그를 일컬어 일본 근대 소설의 시작이자 그 핵심의 정서라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불화하는 개인 그리고 그 불화 가운데서 뜨겁고도 분명한 '진실'의 기미를 전달해주는 갈등, 그 갈등 가운데서 또렷해지는 어떤 개인,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소설에서 찾고자 하는 무엇이다. (중략)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우리가 소설에서 기대하는 그 무엇의 전부가 담겨 있는 소설이다."(281쪽)

 

이런 연유로 작가가 작품의 제목을 '마음'으로 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인간의 마음, 깊은 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고독, 쓸쓸함 그리고 외로움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살았던 백년 전의 시대는 메이지 유신이 한창이었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새 제도를 창안하느라 나라 안이 온통 난리였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 바쁜 소용돌이 속에서 느끼는 작가의 고독은 무엇이었을까? 근대화에 뒤쳐졌다는 자괴감이 아니었을까?

백 년이 흐른 지금은 그 당시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와졌을지언정 정신적인 면에서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은 더 깊어졌는지 모른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켰다. 공동체 의식도 더욱 황폐해졌다. 이는 결국 나쓰메 소세키가 탐색했던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날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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