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 위대한 두 여성 인류학자의 사랑과 학문
로이스 W. 배너 지음, 정병선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루스 베네딕트(1887~1948)는 시적인 감수성으로 학문을 연구한 휴머니스트였다. 문화의 상대를 다룬 문화의 패턴, 일본 문화를 심도 있게 파헤쳐 큰 반향을 일으킨 국화와 칼이라는 명저를 남겼다. 인류학의 정치·사회적 역할에 주목한 20세기 인류학의 선구자이다.

마거릿 미드(1901~1978)는 루스 베네딕트와 함께 문화인류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인류학의 대모로 불린다. 그녀는 생물학적 차이가 성별 역할을 결정한다는 당시의 주류 관념을 비판하면서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성별의 개념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장 연구의 결과인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사모아의 청소년등 명저를 남겼고 사회운동가로서도 많은 활동을 했다.

루스와 마거릿 두 사람은 1922년 뉴욕 바너드대에서 개설한 인류학 입문 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루스는 건너편에 있던 컬럼비아대의 인류학 박사 과정에 있었고, 마거릿은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루스는 마거릿보다 15살 많았지만 약 2년 후 연인 관계가 되었다. 마거릿은 루스의 권유로 문화인류학에 들어섰다. 그녀는 "자신의 인류학은 루스의 머리를 장식하는 꽃이라고 노래했다."(457쪽) 두 사람은 평생을 두고 친구, 학문의 동반자, 그리고 연인이었다.

 

▲마거릿 미드(1925)(왼쪽)와 루스 베네딕트(1931)

 

저자 로이스 W. 배너는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 역사와 젠더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가 루스와 마거릿, 두 사람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0여 년 전부터다. 로이스는 페미니즘 이론과 여성운동의 역사를 가르치면서 두 사람이 20세기의 페니미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서문에 따르면 로이스는 두 사람에 대한 자료가 대외비로 묶여 있어 한때 연구가 중단되기도 했다. 1920~30년대 동성간의 연애는 절대 금기였으리라.

 

"그들이 간행물을 공동 저술한 적은 없다. 그들의 친필 자료 가운데서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깊은 우정을 들키고 싶지 않은 바람이 아주 강했던 탓이다." - 36쪽

 

마침내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두 사람에 관한 문서의 대외비가 해제된 후 그녀는 두 컬렉션을 최초로 전부 참조하여 이 평전을 펴냈다고 술회한다. 그녀는 이 문서 외에도 발품을 팔아 두 사람의 유년기 시절을 추적하고, 고향을 찾고 흔적을 쫓아 자료를 보완했다.

"나는 그들 인생의 상호 연관성은 물론, 두 사람이 우정과 욕망, 헌신, 불화의 범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확대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친구와 동료들이 출판한 자료와 친필 자료를 깊이 파고들었다." - 38쪽

문학인류학에 관심 있는 이라면 20세기 문화인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큰 설렘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루스와 마거릿의 평전에서 놓친 틈새를 메꾸는 읽기는 어떨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도 나와 있으니 부모가 읽으면 아이에게 풍부한 스토리를 들려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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