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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지비원 옮김 / 현암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오쿠이즈미 히카루는 1986년 스바루문학상 최종 후보작으로 등단한 작가다. 그는 재즈 뮤지션으로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사파이어라는 이름의 고양이도 키우며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첫 번째 이야기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고른 것은 나쓰메 소세키의 첫 장편이기도 하고, 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깃든 것이기도 하겠다.
국내에는 《손가락 없는 환상곡》(시공사, 2011)과 《돌의 매력》(문학동네, 2007) 두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이중 《손가락 없는 환상곡》이 작가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이 끝난 후 걸작 피아노곡을 창작해낸 슈만의 드라마틱한 생애와 그의 음악을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문장으로 구현해놓았다. 물론 작가 자신이 슈만의 열혈 팬임이기도 하다.
도서출판 현암사는 2013년부터 나쓰메 소세키 전집(총 14권)을 펴내고 있다. 2013년 9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 나온 이래 2015년 8월 《행인》까지 나왔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팬에게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와도 같다.
이 책의 제목대로 나쓰메 소세키를 ‘가뿐하게 읽’기 위해서는 전집과 같이 읽어야 한다. 스토리는 어느 정도 안다손 치더라도 구샤미나 간게쓰, 메이테이 등 등장인물에 관한 평이나 고양이의 시선을 그대로 좇기 위해서는 원전을 자주 뒤적여봐야 한다. 게다가 고양이가 사마귀를 두고 ‘사마귀 군’이라고 부르는 대목이 원문에 두 군데 나온다는데, 사실 갑자기 뜨악해지는 부분이다. 최근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었는데 기억이 도통 나지 않는다. 내가 제대로 읽은 건가 쉽기도 하고, 형편없는 기억력에 한탄만 나온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세세하게 읽는 맛이 사라져 버릴 것 같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응당 전집과 읽어야 하는 것이라. 옮긴이 지비원 씨도 “전집 없이는 번역될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물론 열흘 밤의 꿈, 단편집 같은 부분을 알기 위해서는 단편집도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