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맛 -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를 느끼는 감수성의 역사
알랭 코르뱅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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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에 관한 체계적인 기록은 17세기부터 있어왔다. 지금까지 비와 눈, 안개를 접하며, 또는 바람을 맞으며 개개인들이 느꼈을 감정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느끼는 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로 변모해 왔을까?

 

이렇듯 이 책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날씨를 사람들이 어떻게 지각해왔는가, 비와 눈을 맞으며 안개와 뇌우를 목도하며 개개인이 어떤 감정을 느껴왔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프랑스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을 필두로 지리학, 기상학, 사회학, 문학 등의 전문가 열 명이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 등 여섯 날씨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발자취를 뒤따랐다.

 

가령 좌장격인 알랭 코르뱅이 맡은 〈빗속에서〉를 보자. 로마의 어느 집정관은 비가 올 때면 자신의 침대를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갖다놓고 빗방울의 아스라한 속삭임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단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빗소리를 들으며 운치에 빠져드는 것은 고애인들도 마찬가지였음이리라. 생피에르는 비를 예찬했지만, 스탕달은 비를 싫어했다. 빅토르 위고는 뇌우를 피하기 위해 찾아든 나무 밑에서 그의 연인 쥘리에트 드루에와 처음으로 포옹했다고 한다.

비오는 정경을 강렬하게 부각시킨 작품은 안도 히로시게의 판화다. 반 고흐는 판화에서 영감을 받아 똑같이 따라 그린 적이 있다. 이에 반해 귀스타브 카유보트가 그린 그림(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 1877)은 당시 서양 예술가들이 그러했듯이 우산의 물결과 젖은 포석을 통해 비가 내리는 듯한 모습을 암시한다. 사실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 역시 카유보트가 그린 것(예르 강, 비의 효과, 1875)이다.  

 

▲왼쪽_안도 히로시게, <오하시와 아타케 다리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1857)
오른쪽_빈센트 반 고흐, <비 내리는 다리> (1887)

 

▲귀스타브 카유보트,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 (1877)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 강, 비의 효과〉 (1875)

 

저자들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날씨 관련 묘사를 분석하고, 예술사와 사회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안개, 바람 등을 느끼는 감각의 변화를 짚어냄으로써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감수성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발견하게 해준다.

 

기상된 관련된 글과 문학, 사진과 그림 그리고 신화와 전설 등 온갖 기록은 파란만장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우리의 감수성을 일깨우고, 뜻하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날씨에 관한 인문학적 읽기는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창의적 발상이나 아련한 번뜩임 같은 영감이 뇌우가 몰아치듯 번쩍인다. 일독을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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