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제국사 - 고대 로마에서 G2 시대까지 제국은 어떻게 세계를 상상해왔는가
제인 버뱅크.프레더릭 쿠퍼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E. H. 카에 따르면 역사는 현재에 맞게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했다. 역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상황에 맞게 재생산되는 유기적인 것이다. 제국의 역사도 그러하다.

 

지은이들은 기존의 유럽 중심, 민족국가 중심의 관습적 사고를 벗어나 제국 운영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새롭게 해석한다. 제국에서 민족국가로 이행했다고 하거나 전근대국가와 근대국가를 날카롭게 구분하는 기존의 관점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들은 미국 뉴욕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사료를 인용하여 제국의 발흥과 성쇠를 아우른다. 아울러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곁들인다.

 

저자들은 우선 제국의 역사를 일관한다. 기원전 3세기 무렵 로마와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에서 제국의 기틀을 잡았다. 두 나라가 역사상 최초의 제국은 아니었으나, 오랫동안 후대 제국 건설자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로마 제국 멸망 후 지중해 각국은 제국의 복원을 위해 경쟁했고, 13세기 발흥한 몽골 유목민족은 역사상 가장 큰 육상제국을 건설했다.

 

16세기 들어 오스만 제국의 벽에 가로막힌 유럽 각국은 바다 건너로 눈을 돌려 숱한 식민지 건설과 함께 제국주의적 경쟁에 돌입했고, 18세기와 19세기에 미국과 러시아는 각자 근거한 대륙을 제패하며 제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책은 시대 순으로 써내려 갔지만, 단순한 통사는 아니다. 동시대 출현한 복수의 제국을 비교하며 그들 제국의 운영 방식을 분석했다. 고대 로마와 중국, 오스만 제국과 에스파냐 제국, 미합중국과 러시아 등을 한 장에 묶어 살폈다. 독자가 인식론적 통찰도 헤아릴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제인 버뱅크(왼쪽), 프레더릭 쿠퍼

  

저자들은 제국들이 차이의 정치를 이용한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제국 내부의 차이’, ‘제국의 중개인’, ‘제국의 교차로’, ‘제국의 상상계’, ‘권력 레퍼토리라는 다섯 가지 논제를 고찰한다. 제국은 정복하고 통합한 사람들의 다양성을 자각적으로 유지하는 정치체. 민족국가와 달리 제국은 다양성, 즉 차이를 체제의 정상적인 현실로 전제하며 정치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

 

G2의 시대를 맞아 미국의 독주에 맞서 중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과연 저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자들은 제국 전통의 영향은 현대에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제국인가 아닌가라는 학계의 오랜 논쟁에 대해 저자들은 20세기 미국이 국외에서 활용한 일련의 제국 전략들을 열거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나라를 점령하고, 병력을 파병하고, 적과의 대리전을 후원하고, 식민지와 군사기지를 사용하고, 선교사를 보내고, 개발원조와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것등이 그 예시들이다.

 

한편 중국 역시 제국적 속성을 되찾고 있다고 말한다. 마오쩌둥 사후 중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자유무역이나 서구의 승리가 아니라 중국의 장구한 제국 전통을 또 한 차례 변형한 결과이다. 양극체제 종식 이후, “또 다른 권력이 자신의 제국 전통을 다시 한 번 혁신하고 활성화하는 가운데 세계 정치를 추동하는 힘으로 재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들은 세계 역사가 제국에서 민족국가로 향한다는 단선론적 시각을 부정한다. 이들은 지난 제국들의 역사적 궤도들에 대한 탐구는 현재가 언제나 한결같은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한결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한다. 이는 곧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여지로 이어진다. 과거 제국들의 형태들만이 아니라 중층적·중첩적 주권의 새롭고 다른 형태들도 가능하며, 따라서 남은 과제는 정치적 소속, 기회의 평등, 상호 존중을 인정하는 새로운 정치체들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사실 이는 제국의 번영과 존속을 위한 것만은 아니고, 오늘날 현대 국가와 사회의 절실한 생존 여건이기도 하겠다. 즉 제국의 발흥과 번영에 관한 역사적 학습은 현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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