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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
이안 부루마 지음, 신보영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2월
평점 :

저자 이안 부루마 교수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아시아 연구자이자 저널리스트다. 그는 현대 뉴욕 바드 칼리지의 민주주의·인권·저널리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호기심은 빛 바랜 아버지의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된다. 제2차 세계 대전 기간에 강제 징용으로 고향인 네덜란드를 떠나 독일로 끌려갔던 아버지가 강제 징용 수용소에서 찍은 사진들.
부루마는 이 1945년을 현대사의 원년, 즉 ‘0년’(Yesr Zero)으로 설정했다. 저자는 1945년을 둘러싼 역사를 치밀하게 파고 들어갔다. 그저 독일 히틀러의 제3제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태평양전쟁, 그리고 미국의 승전으로 이어지는 거시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 한 해를 세세하게 묘사하면서 머리로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령 승전국의 어설픈 전략이 낳은 ‘아른험 전투’ 패배와 직접적인 침략으로 고통받은 피해국의 처절한 참상, 동시에 독일·일본 등 패전국 국민이 전후에 겪었던 고난까지 삶의 다양한 층위가 펼쳐진다.
책이 다루는 범위는 유럽에서부터 아시아까지 광범위하다. 한국에 대한 묘사도 일부 있다. 옮긴이의 견해에 따르면 한반도는 1945년, 그 ‘0년’이 낳은 질서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은 종전 70주년이요 광복 70주년을 맞은 해다.
이 책은 “전후 1945년 에 대한 매우 인간적인 역사”로, 현대의 많은 성취와 상처가 응징-보복-고통-치유로 이어진 ‘현대의 0년’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국가가 아닌 인간에 대해 집중하면서 승리와 패배, 혼돈과 수모의 결정적 해에 대한 뛰어난 재현”이라는 평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