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공부의 기초 - 역사가처럼 생각하기
피터 N. 스턴스 지음, 최재인 옮김 / 삼천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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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터 스턴스는 세계사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정체성들과 생활 방식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는 역사가처럼 생각하는 습관을 강조한다. 역사가는 사료를 통해 추리를 하고, 사료가 말하는 것뿐 아니라 말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유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추란 과거를 통해 무엇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지 깨닫는 것이고, 나아가 완전히 다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끄는 그 무엇이다.

 

저자는 미 조지메이슨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다. 미국역사협회장과 세계사대학과정인증시험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자의 이력은 책에서 보여주는 그의 독특한 관점을 헤아릴 수 있게 해준다.

 

스턴스는 책 제목 세계사 공부의 기초가 말해주듯 세계사를 새롭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법론에 관해 다룬다. 그는 서구 중심의 세계사 서술과 교과 과정의 역사 수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세계사와 지구사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세계사로 통칭한다. 서구 중심의 세계사를 세계사의 한 역사적 과정으로 본 것이다.

 

또한 연도 표기와 관련하여 특정 종교의 연호를 쓰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하여 거부한다. 가령 BCAD 대신 BCE (Before the Common Era)CE(Common Era)로 구분한다. 그 이유는 특정 민족이나 특정 문화 중심적인 것에서 벗어나 보려는 시도 때문이다. 그는 세계사는 전체 세계를 다루는 것이므로, 그것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해도 특정한 종교적 경험에 기초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통상적으로 사용해오던 시대 구분도 수정한다. ‘고대-중세-근세-근대의 시대구분 대신 고전시대-고전시대 후기-근대 초기-장기 19세기-현대의 방식으로 재편했다. ‘고전시대라고 명명한 이유는 오늘날까지 인류의 생활과 문화의 전범이 되는 법, 제도, 철학, 종교 등의 기초, 즉 고전이 마련된 시기라는 의미다. 사실 스턴스의 시대 구분과 이에 따른 문명사적 해설은 이 책의 백미다.

 

스턴스는 세계사는 누구든 현재와 미래의 지구화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분석 방전을 발전시킨다”(21)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주장한 역사가적 습관은 주어진 역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시대적 상황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는 자세를 말한다.

 

저자는 세계사는 능동적 분석을 통해 재편되고 결합되고 응용되지 않으면, 사실 자체만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교과서에 바탕을 둔 암기 중심의 역사 수업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수업은 사실적 정보를 요약하여 두서없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분석적 문제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러 증거를 잘 인용하여 하나하나 입증하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주장을 구성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발표와 취사선택 기술을 익히는 것은 세계사를 공부하는 과정에도 확실히 중요하다.

 

역사를 공부한다고 미래를 더욱 잘 예견할 수는 없다. 19세기 사람들은 1900년에 과연 얼마나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가? 지구화, 온난화, 고령화 같은 문제들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차례의 전쟁과 폭력의 패턴, 중국의 부상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 현대 세계는 과거로부터 이어 온 지속성과 20세기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트렌드, 그리고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발전들에 힘입어 형성되어 왔다.

 

옮긴이 최재인 박사의 수려한 문장은 완전번역에 가깝다. 읽기에 편하고, 이해하기에도 좋다.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우리 사회에서 교과서 문제로 벌어진 논란을 보면 역사는 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세계사의 관점은 제국주의의 시각이 일정 반영되기 마련이고, 역사의 해석은 지배 권력의 이해와 무관할 수 없다. 스턴스가 경고하듯 역사 수업에서 권력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몰역사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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