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통의 심리학 -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리처드 H.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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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일 타이거 우즈는 새벽에 자신의 집 앞에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몰다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당시 우즈의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은 그를 차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골프채로 캐딜락 창문을 부쉈다.

 

우즈의 불륜 행각은 매스미디어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유명 언론 매체와 인터넷 언론은 물론이고 심야 토크쇼, 블로그들은 우즈의 스캔들을 실컷 이용해 먹었다. 우즈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다른 많은 프로 골퍼들이 남몰래 통쾌함을 느꼈을 거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쌤통 심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쌤통 심리는 남의 불행이 우리에게 이런저런 이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질투 대상의 몰락에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가 바로 쌤통 심리다. 경쟁 상황에서 자기 이익부터 챙기고 열등함보다는 우월함을 훨씬 더 좋아하는 인간은 쌤통 심리라는 감정을 버릴 수 없다.

 

영어에는 쌤통 심리를 뜻하는 용어가 없지만, 독일어에는 있다. 바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피해를 뜻하는 ‘schaden’기쁨을 뜻하는 ‘freude’가 합쳐진 것이다.

 

저자 리처드 스미스는 질투와 쌤통 심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파고든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요상한(?) 심리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그는 미 켄터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인 여성 김성희와 결혼하여 슬하에 두 딸 로재나와 캐럴라인을 두었다. 본문에 게재된 삽화는 모두 큰 딸 로재나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솜씨도 능준하여 읽는 맛과 함께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제법 긴 서문(12쪽이나 된다)에서 자신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사실 서문만 읽어도 본문의 핵심을 다 간추려볼 수 있다.

 

구성은 총 11장으로 되어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쌤통 심리와 개인적인 이득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상당 부분이 남들과의 비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다.

 

3장에서는 남의 불행 덕에 내가 잘된다고 즐거워하는 심리에 대해 설명한다. 4장에서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길, 혹은 이타적인 길로 향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과 6장에서는 쌤통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에 대해 고찰한다. 7장에서는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성범죄자를 잡아라를 분석한다.

 

8~10장에서는 질투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8장에서는 질투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고 9장에서는 질투는 아주 불쾌한 감정이기 때문에 질투가 우리의 구미에 좀 더 맞는 다른 감정들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10장에서는 질투가 아주 추악한 형태로 변한 특별한 사례, 반유대주의와 나치의 만행에 대해 고찰해 본다마지막 11장에서는 쌤통 심리의 감정이 생겨날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개미와 베짱이는 서로 비난하지 않고 음식을 나눈다. 저자의 큰 딸 로재나가 직접 그린 것이다. 그림 솜씨가 능준하다.

 

저자는 사람사이의 질투와 쌤통 심리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한다. 그가 서문에서 예로든 호머와 그 이웃 네드의 일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처음에 호머는 네드의 사업이 망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고소해한다. 하지만 네드가 모든 재산과 저금을 잃어버리기 직전에까지 이르자 호머는 그를 딱하게 느끼게 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결국 호머와 네드는 절친한 친구가 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회적 존재다. 이 책은 우리가 불편해하는 감정, 질투와 쌤통 심리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준다. 인간의 감정은 제대로 알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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