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의 왕 - 상 - 살아남은 자 반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퓨이카. 순록과는 다르다. 자유로운 기질이 강한 반면 외로움도 잘 타고 이상히라만치 충성심도 강하다. 새끼일 때 정을 붙이면 평생 잊지 않고 휘파람 하나로 다가온다. 생활의 거름이 되기도 하고 타고 다니는 듬직한 동료가 된다.

 

광견병. 한 번 물리면 죽는다는 무서운 병.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흑랑열이었다. 검은 늑대나 승냥이에게 물려서 옮기는 병. 광견병은 발병하기까지 보름 이상 걸리는데 흑랑열은 이내 증세가 나타난다.

 

외뿔의 우두머리 반은 츠오르 군대에 패하여 아카파 소금광산에서 노예 생활을 한다. 어느 날 검은 늑대가 광산을 공격해서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몰살한다. 반도 늑대에게 물렸다. 하지만 살아났다. 그리고 오른발에 감긴 족쇄를 풀고 탈출한다.

 

츠오르 사람들은 반을 추적한다. 그가 살아남았으니 흑랑열을 퇴치할 비법, 가령 혈청을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작품은 2015년 일본서점대상 수상작이다. 그간 2012년 수상작 배를 엮다가 나온 이래 해적관련 작품이 연거푸 선정되었다. 국내에는 2013, 2014년도 수상작이 번역되지 않았다. 뜬금없이 다가온 소설이 바로 사슴의 왕이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질병을 적절히 버무린 판타지 같은 소설.

 

배경은 오래 전 늑대를 인간의 형제로 여기던 시절이다. 부족간의 갈등과 다툼이 있으나 전쟁 신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인간 반이지만 퓨이카이기도 하고 흑랑열이기도 된다.

 

문체는 작가가 분출하는 이야기를 바람에 날려 쓴 것처럼 매끄럽다. 내용은 샤머니즘 같기도 하고, 토테이즘 같기도 한 아련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하,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풀 수 있구나. 아니, 질병을 소재로 시공간을 이토록 매력 있게 짤 수 있구나 싶다. 이내 2권에 손이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