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올해 히라카와 가쓰미 씨의 책이 두 권 나왔다. 지난 1월에 소비를 그만두다가 나왔고, 이번 책은 8월에 발간되었다.

 

히라카와 씨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원전사고를 접하고 사고의 대전환을 모색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믿어왔던 원전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기존에 잘 해 오던 혹은 잘 되어 오던 방식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 온 시대 속에서 의제를 끄집어내고 시대 속에 은폐되어온 잘 보이지 않던 의제를 드러내어 다른 생활방식,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요즈음의 사회 성향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확실히 물질적인 풍요를 실현했다. 하지만 풍요를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무한대로 확대되는 듯한 공허감에 휩싸여 있다. 과연 이것이 성장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솟는다.” (43)

 

그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소비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무한 욕망을 향해 치닫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는 미래 사회의 대안적 삶의 방향으로 소상인탈소비로 설정했다. 그는 역사 속에서 국민경제, 필연화론, 어른론 등을 끄집어냈다.

 

사실 히라카와 씨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1998년에 닥친 금융위기와 연장선 속에 있지 않나 싶다. 세기말의 경제위기는 일본 사회에서도 지식인들의 맹렬한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위기를 알아채고 외칠 수 있는 카나리아부재론이 대두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일본에서 1950년대 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고도의 경제성장은 가정에 전자제품을 급속히 보급심켰다. 1970~1980년대에는 실소득이 증가하여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고 침대가 있는 자기 방으로 옮겼다. 핵가족화, 5일제나 노동자 파견 등이 시행되어 여가가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렇듯 가족주의, 자연공동체가 해체되면서 한 가구가 점점 늘어난 것은 소비자본의의의 목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옛날에는 충족감과 인간적인 행복이 있었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으로는 더 한층 풍족해졌지만, 현대인들은 그만큼 상품경제에 예속되어 왔다.

 

이 책은 소상인이나 소상인의 성공에 대한 것이 아니다. 소상인의 자세로 소비자본주의 경제를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멈춰 서서 우리가 추구해온 것이 무엇인지 그 방식은 적절한 것인지 차분하게 헤아려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어른이 되어야 할 때다.

 

그에 따르면 큰 문제는 작은 문제가 축적된 결과이며 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수한 작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떠안은 무수한 작은 사람들이 꾸준히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다.

 

이 때 소상인의 개념이 유효적절하다. 소상인이란 지금 여기에 있는 자신에게 책임을 지는 삶의 방식이다. 소상인은 확대보다는 계속 존속하는 데 우선을 두는 장사다. 또한 작은 문제를 생각할 때 취할 수 있는 위치에서 비즈니스나 사회에 관여한다.

 

요는 무한 성장의 신화에서 한발 물러나 과거에 우리가 누렸던 인간성과 공동체의 삶을 되찾자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적게 가지더라도, 작게 성장하더라도 행복했던 소상인의 정신이다.

 

나는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 소비를 그만두다와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결국 작은 소비와 소상인의 자세가 제2의 동일본대지진 같은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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