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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 두 아이를 MIT 장학생, 최연소 행정고시 합격생으로 키운 연우네 이야기
이채원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헤이든 도서관. 두 아이를 휼륭하게 키운 맘 이채원 씨가 이 책을 쓴 곳이다. 얼마나 뿌듯했을까?
첫째 연우(딸)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삼성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박사 과정에 있다.
둘째 상우(아들)는 연세대학교 3학년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교육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남편이 행정고시에 합격한 지 꼭 30년 만의 일이라고 하니 기쁨이 두 배겠다.
아하, ‘공부하는 가족’ 맞네 싶다. 좀 살을 붙여서 공부 ‘잘’ 하는 가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두 자녀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하게 되었을까? 그녀만의 비법이 있을 법하다. ‘내 방식대로 우리 아이들을 보란 듯이 잘 키워 내야지!’
첫 번째 원칙은 ‘남과 다르게 하기’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는 ‘공부’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 ‘공부’보다 기분 좋은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먼저 가르쳐 주기로 했다.
두 번째 원칙은 ‘작은 일이라도 성취감을 느끼도록 북돋아 주기’였다. 자주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 스스로 제 할 일을 찾아서 즐겁게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주고 싶었다.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표현히 독특하다거나 유머 감각이 있다는 식으로 그 상황에 맞는 칭찬을 하려고 노력했다.
세 번째 원칙은 ‘꿈을 세워 주기’였다. 강요로 만들어진 꿈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치열하게 공부하도록 이끌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자녀가 미국에서 공부하게 된 계기는 아빠 덕분이었다. 1998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으로 국비 유학을 가게 된 것이다. 연우는 초등학교 6학년에, 상우는 초등학교 4학년에 입학했다. 미국 교사들은 사소한 일로도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인종 차별을 방지하는 교육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남편은 3년 동안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엄마는 유학생 가족이 무료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커뮤니티 칼리지의 영어 클래스에 등록했다. 그렇게 조금씩 미국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남편은 학위를 위해, 나는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두 아이는 미국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각자의 공부에 집중했다. 공부를 하다보면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빚을 짊어진 설움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62쪽)
저자는 엄마로서 맘이 너무나 미안했던 일화도 들려준다.
1998년 12월 플로리다 키웨스트를 향해 떠난 여행 길에서였다. 딸 연우는 가는 길에 좀 더 싼 값에 햄버거를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놓았던 모양이다. 미리 장소를 파악해 둔 연우는 아빠에게 출구 번호를 일러 주었다. 하지만 아빠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 그대로 달려 그만 출구를 지나치고 말았단다.
“아, 어떡해! 그 출구로 나가야 와퍼 주니어를 99센트에 살 수 있는데... 왜 안 나갔어?”
“다른 데는 없어? 다음 출구로 나가서 사 주면 될 거 아냐!”
화가 난 아빠가 연우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연우는 엄마 아빠에게 칭찬을 받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는 상상을 하며, 제 힘으로 돈을 아꼈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 가족은 한국에서의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아빠 월급의 반이 차압된 상태였다.
엄마는 그 순간보다 남편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그 상처 입은 마음까지 도닥여 주려는 애잔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게 엄마의 마음일까.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를 만나게 되면 이것만큼은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내 아이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또 아이들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믿고 더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아이의 인생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값비싼 사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믿음, 그리고 일상에서 발견해 쌓아 올린 사소한 계기들이다.” (104쪽)
깊이 공감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좀 가진 졸부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무리수를 두는 등 혈안이다. 험악한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잘 지켜내려면 때로는 투사가 되어야 하는 법.
여기서 반전이 있다. 저자 이채원 씨는 불문과 출신이다. 그녀는 2010년 현대문학에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이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다. 이 작품은 마라톤을 하는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된 아내가 같이 마라톤을 뛰면서 고통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그녀 가족이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책 속에 나와 있다. 남편과의 불화를 이겨내고 가족이 다시 화목해지는 방법으로 2007년부터 시작했단다.
나는 두 아이의 꿈을 이루게 도와주는 한편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린 저자의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