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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평점 :

사람의 뼈는 성장판이 닫히면 더 이상 활동을 멈추는 것일까? 이빨도 뼈일까?
저자 진주현은 법의인류학자다. 고고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인류학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맡은 일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분석하는 것이다. 이때 뼈와 뼈 속의 DNA를 분석하여 신원이 확인되면 가족의 품으로 유해를 돌려보낸다.
미국 폭스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중에 "본즈"(Bones)가 있다. 올 10월부터 11번째 시리즈가 방영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기본 줄거리는 최고의 뼈 전문 법의학자 템퍼런스 브레넌과 그 팀원들 그리고 FBI 수사요원 실리 부스 등이 뼈 속에 담겨진 진실을 밝히는 내용이다. 뼈를 통해 사인을 분석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물.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어 사실적인 사체와 전문가 빰치는 뼈 분석은 시청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나도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실감나는 묘사와 전개에 감탄, 또 감탄...
저자가 들여주는 뼈 이야기도 미드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우선 지금까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거나 잘 몰랐던 뼈 이야기로 시작한다. 뼈도 우리 몸속에서 오래된 세포가 없어지고 새로운 세포로 바뀌는 살아 있는 조직이다. 저자에 따르면 뼈는 인간을 가장 깊숙이 이해하는 열쇠이며 생명 탄생의 신비를 밝혀주는 거울과도 같다.
그는 뼈가 부러졌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골절이 어떻게 치유되는지 자세히 일러준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파골 세포와 조골 세포다. 파골 세포는 죽은 뼈의 세포를 깨끗이 먹어치우고 사라진다. 이어 조골세포가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져 유골(osteoid)을 분비한다. 이 유골이 굳어지면서 뼈가 된다. 조골세포는 사라지지 않고 뼈속에 갇혀버린다.
이 과정을 뼈의 재형성(리모델링)이라고 하는데 보통 3~4개월 정도 걸린다. 재미진 사실은 뼈의 재형성이 뼈가 부러질 때뿐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 수시로 일어난다는 것. 사람은 직립보행이어서 평생 걷다 보면 그 하중이 쌓이고 쌓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골절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우리 몸속에서는 끊임없이 뼈의 재형성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뼈는 살아 있다!" 호~
이렇듯 책을 읽다보면 전문가다운 저자의 세련된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가령 몸속의 지문 역할을 하는 쇄골, 인종을 구분하는 광대뼈, '골'이 없는 연골 등 흥미진진한 우리 몸속의 뼈 이야기가 가득하다. 가령 이빨은 뼈가 아니란다. 한 번 자라면 거기서 끝이다. 이에 반해 뿔은 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제 저자의 전문 영역으로 들어가보자. 마치 미드 '본즈'를 보는 듯한 스릴과 현장감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9,500년 전의 터프카이 케네윅맨, 뒤뜰에서 발견된 남자와 숲속에서 발견된 여자 이야기는 죽은 뼈가 들려주는 증언이다. 뼈는 진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뼈 하나로 이토록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니 놀랍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재미는 별미 중의 별미겠다. 이는 곧 저자의 내공이려니 싶다.
여튼 '본즈'를 남다르게 볼 수 있는 상식은 빼놓을 수 없는 덤이다. 이제 주위 사람들에게 좀 알은 체도 해볼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