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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학 수업 - 까칠한 저널리스트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분투기
필립 델브스 브러턴 지음, 조윤정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펼쳤었을 때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이 들어서 집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 탓은 아니었고 전적으로 내 컨디션 문제였다.
그래도 무심히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밑줄도 치고 색지도 붙이며 귀도 접으면서. 그렇게 하다 보니 몇 쪽씩 몇 십 쪽씩 슬슬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저자의 관점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HBS(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를 다니면서 젠체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가급적 개관적인 시선에서 HBS에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공부하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차분하게 서술한다.
필립은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서 기자로 10년을 일했다. 가장 최근 세 번의 봄 동안은 파리지국장을 지냈다. 그러다 문득 새로운 출구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HBS였다.
그가 HBS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명성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교육 목표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HBS는 여타 비즈니스 스쿨과는 달리 특정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비즈니스의 전 분야를 관리하고 이끄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2004년도에 HBS에 입학하여 2년간 다녔다. 이 책의 원서가 나온 때는 2008년이었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올해의 일이다. 이 책의 진가를 늦게나마 누가 알아본 것일 테지.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큰 관심을 끌지 않았을까? 따뜻할 때 먹는 붕어빵이 맛있다면 좀 식었다고 해서 그 맛이 크게 달라질까?
2004년도 HBS 신입생 수는 총 895명이었다. 경쟁률은 약 8:1. 1년간 90명으로 분반하여 수업을 듣는다. 평균 공부 시간은 주당 55.1시간. 교수진은 200명. 기부금 20억 달러. HBR 등 출판물에 의한 수익이 1억 달러. 홍콩, 파리, 도쿄, 뭄바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연구소를 운영한다. 그야말로 헉~ 소리 나는 스케일이 아닐 수 없다.
"하버드에서의 2년은 정말로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특히 몇 주 동안은 공부할 양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10쪽)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HB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캠퍼스 맵을 구했다. 저자가 설명하는 캠퍼스의 지형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체육관 셰드 홀, 캠퍼스의 심장 스팽글러 센터, 베이커 도서관. 전직 미국 재무장관의 이름을 딴 기숙사 멜론·딜런·갤러틴, J. P. 모건의 이름을 딴 행정동 모건관, 그리고 클래스 전체가 모일 수 있는 버든 대강당. 지도와 함께 설명을 읽으니 캠퍼스의 주요 건물에 대한 인상이 선명해진다.
콜드 콜, 크림슨 그리팅 게임, 방학 동안 펼쳐지는 트렉 등등 HBS의 독특한 강의와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MBA 과정에서 가르치는 언어, 관행, 리더십 스타일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MBA는 우리가 영위하는 삶, 우리가 일하는 시간, 우리가 얻는 휴가,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 우리가 받는 의료서비스, 우리가 자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을 제공한다. 요컨대 MBA와 그 수업 내용, 그리고 그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의 인맥은 매우 중요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그렇게 유일무이한 곳으로 만든 것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었고,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과정을 대단히 중요시했기 때문이었다.” (90쪽)
HBS에서 공부하는 것을 꿈꾸는 독자라면 더없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물론 최고의 명문 대학원이 어떻게 그 명성을 이어가는지, 대학원생들은 무엇을 배우는지 파악하기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