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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경
김정빈 지음 / 문학의문학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작가 김정빈이 《단(丹)》을 쓴 때는 1984년 11월이었다. 1980년 《현대문학》,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그는 1980년대 전성기를 보냈다. 그리고 홀연 자취를 감추었다.
알고 보니 영원한 진리, 참된 나[眞我]를 찾기 위해 구도의 길을 나섰다. 불경을 탐독하며 불교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이 책은 25년간 그가 찾은 구도의 이야기다. 2010년 12월 31일부터 시작하여 2012년 4월 22일 끝을 맺었다. 《소설 경》은 불경을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대장경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이는 스리랑카·태국·미얀마 등 남방 불교권에 전승되어 오는 ‘빨리 대장경’(Pāli-大藏經), 중국·한국·일본 등 북방 불교권에 전승되어 오는 ‘한역 대장경’(漢譯大藏經), 티베트에 전해져 오는 ‘티베트 대장경’(Tibet-大藏經)이다.
이중 빨리 대장경이 붓다의 가르침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전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 책은 빨리 대장경의 내용을 토대로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창작한 소설이다. 즉 빨리 대장경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식으로 풀어썼다.
시대적 배경은 붓다가 활동하던 B.C. 4~5세기 경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시대적 구분에 구애받지 않고 예수·공자·소크라테스 등 불교 밖의 여러 사상을 자유로이 인용했다.
작가의 지난한 노력은 본문 외에도 456개의 각주(脚註)와 136페이지에 이르는 후주(後註)로 결실을 맺었다. 책은 크게 5부로 되어 있다. 1부 신법경(信法經), 2부 견법경(見法經), 3부 논법경(論法經), 4부 화법경(和法經)이요, 5부 후주(後註)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낯선 이야기들이 반긴다. 이야기는 천인(天人) 라자와 시리마가 도리천(忉利天)에서 만나 서로 전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리천의 왕은 삭까다. 그는 삼십삼천(三十三天)으로 나뉘어진 도리천의 33천왕들의 의장으로서의 왕이다.
도리천 아래에는 사왕천이 있다. 사왕천은 네 천왕들이 다스린다. 이는 곧 동방의 지국천왕, 서방의 광목천왕, 남방의 증장천왕, 북방의 다문천왕이다. 남방불교에서는 하늘을 26천, 북방불교에서는 하늘이 28천으로 보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후주 ‘삼계(三界)’(698~702쪽)를 참고하면 좋겠다.
휴, 그간 잘 접해 보지 못했던 초기 불교요, 남방불교의 내용이다. 이야기 형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내가 읽어낼 수 있었을까? 저자의 길라잡이가 더없이 반갑다. 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