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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탈출 -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
앵거스 디턴 지음, 이현정.최윤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후생 수준을 끌어올리고 빈곤을 축소하는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소비 선호체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앵거스 디턴 교수의 연구는 개인의 선호 체계(소비패턴)와 총소득 간 연관관계를 규명했습니다. 미시경제학의 영역을 거시경제학과 개발경제학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영국 스코틀랜트 출신의 미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Angus Deaton)를 지명하면서 이같은 선정 사유를 밝혔다.
디턴은 과거의 영향을 받게 되는 정태적인 수치보다는 실질 생활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의 동태적 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책을 보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친 시계열 분석이 주를 이룬다.
책은 총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소득 수준의 증가에 따라 기대 수명이 어떻게 전반적으로 증가했는지 설명한다. 2장에서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부의 불평등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3장에서 위대한 탈출 뒤에 남겨진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원조를 짚어 본다.
디턴은 “소득의 증가는 사람들이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므로 좋은 일”(203쪽)이라고 말한다. 가령 미국의 경우 195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경제 성장은 빈곤을 전반적으로 감소시켰다. 물론 이 시기는 피케티가 말한 세계 경제의 30년 호황 시대였다.
허나 1970년대 중반 이후 몇몇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잘 살게 되었다. 디턴의 관점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즉 그는 “이 같은 분열은 생산적일 수 있으며 많은 경우에서 봤듯이 더 부유한 사람을 따라잡고 소수의 이익을 많은 사람에게 퍼뜨릴 수 있는 기회와 유인급부를 만들어”(242쪽)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일부 정치계와 보수 언론에서는 이 견해를 단편적으로 해석하여 선택적 복지의 이론적 근거로 삼기도 했다. 책 부제도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는 동전의 한 면만 본 것이다. 디턴은 “성장에서 불평등 그리고 따라잡기로 이어지는 과정은 동전의 양면 중 밝은 면”이라고 지적하면서, “어두운 면은 이 과정이 중간에 사라져 따라잡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생겨난다”고 경고한다. 즉 사회의 극심한 힘의 불평등은 성장이 확고히 자리잡을 수 없고, 영구적인 탈출 경로가 차단된다는 것.
경제 성장은 빈곤의 감소뿐 아니라 생활수준의 향상을 가져왔다. 물질적 진보는 그야말로 ‘황금사과’였다. 하지만 황금사과에도 벌레가 서식하게 되었는데, 그 벌레란 성장 둔화와 불평등이다.
기회의 평등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부의 불평등이 더 심화된다. 디턴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의 소득간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기회가 완벽히 동등한 경우 아들의 소득은 아버지의 소득과 관련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상관관계는 약 0.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실제로 소득 불평등이 큰 나라는 아버지와 아들의 소득이 밀접하게 관련된 나라였다.
미국의 경우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뤘는데도 빈곤 문제 해결에는 진전이 거의 없었다. 즉 국민소득(GDP)은 증가하지만 보통 가정의 성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디턴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불평등 국가는 평등한 기회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 자체가 동등한 기회의 장애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편 그는 한 국가의 불평등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불평등은 안정돼 있거나 천천히 감소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최근 스위스 금융기관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표한 ‘세계 부(富) 보고서 2015’를 보면 상위 1%의 부자들이 전 세계 자산의 50.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후 소득불평등 현상이 꾸준히 진행돼왔다”며 “특히 상위 부자들의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가 중산층보다 더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세계 자본은 국가와 지역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움직인다. 일국의 부의 불평등은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디턴의 견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수십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세계의 절대적인 빈곤은 그나마 개선되어 왔다고 볼 수 있겠다.
디턴이 분석한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절대적인 빈곤의 개선은 가난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겨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인상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을 통한 과실의 몫은 결국 최상위 부자들에게 집중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