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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평점 :
피리위 초등학교.
“오드리와
엘비스의 퀴즈 대회의 밤”이
열리는 날.
엄마들은
모두 오드리 헵번처럼 변장하고 아빠들은 엘비스 프레슬리 처럼 꾸미고 와야 한다.
그날
학교 발코니에서 사람 하나가 떨어져 죽는 사건이 터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야기는 학교 이웃에 사는 폰더 부인의 목격담으로
시작된다.
“발코니에
있던 여인이 비명을 지르고 또 질러댔다.”
퀸런
경사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학부모의 의견을 듣는다.
재미진
방식으로 이야기는 풀려 나간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지주는 허울과 가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중심 축을 이루는 주인공은 네 쌍의 부부다.
매들린-에드,
셀레스트-페리,
레나타-제프,
그리고
제인-색슨.
엄밀히
말하면 제인과 색슨은 부부가 아닌 원나잇 사랑을 나눈 사이.
이들은 한결 같이 저마다 어떤 상처를 보듬고
살아간다.
때로는
남들이 그럴 듯하게 여겼으면 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등장인물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어쩐지
친근감이 가고 익숙한 일상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
매들린은
갓 마흔을 맞았고 에드와 재혼했다.
전
남편 네이선은 한참 젊은 보니와 재혼했다.
매들린은
네이선과 보니와도 말을 섞으며 산다.
친딸
애비게일은 네이선 네와 살고.
텔레스트는 금발에다 뛰어난 미모를 지녔다.
지나가면
남자들이 넋을 잃고 쳐다볼 정도.
부유한
재산 그리고 다정한 부부애,
겉으로
보면 남 부러울 것 하나 없이 산다.
실은
남편 페리가 휘두르는,
끔찍한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
레나타는 금융분석일을 하는 지적 이미지.
행동은
천방지축이요 섣부르다.
지기(제인의 아들)와 동갑내기 딸 아마벨라가 있다.
레나타의
잘못된 판단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동력이다.
한편 제인은 색슨이라는 남자와 원 나잇으로 만나 아들 지기를
얻었다.
은근히
지기의 아빠를 찾는 싱글 맘.
리안 모리아티는 《허즈번드
시크릿》에
이어 이 작품 역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마치 햇볕 따사로운 카페에서 줌마표 수다나 하소연을 엿듣는 기분을 받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아줌마
서넛이 모여 수다 뜨는 그런 분위기.
무릇
우리가 말하는 큰일이나 역사(歷史)는
대개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법.
어쨌든
이야기의 실마리는 매들린이 다리를 삐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학교를 둘러싸고 동년배 아이를 둔 엄마·아빠들이
보이는 온갖 민낯을 가감 없이 들춘다.
즉흥적이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
확증
편견 같은 거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
자신의
잇속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
제각각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인간 군상들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온갖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우리는 때로는 완벽하고 사소한 거짓말로 서로를
속이고,
때로는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아야 속편할지 모르겠다.
대개
그런 거짓말은 누구를 약간 속상하게 하거나 누구에게 얕은 상처를 줄 뿐이다.
하지만 모리아티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누군가가
죽었다.
왜
무엇 때문에 무슨 일로 죽은 것일까?
그녀는
추리 기법을 더해서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내용에 긴장미 한 다발 송송 썰어 넣었다.
그래서
뻔한 이야기를 달리 읽히게 만들었다.
이것이
작가의 재능이 아닐까?
"제인이 알고 있는 진실을
기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건 의미도 없고 너무 현학적인데다,
심지어는
너무 악의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한
사람을 기억할 땐 근사한 영화를 기억하는 게 훨씬 낫다."
- 615쪽
"인간의
삶이란 연극에 불과하다. 무대 위의 삶은 일종의 페르소나적 삶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