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이상희는 미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현재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류의 기원 중 많은 부분이 실상은 우연이라고 주장한다. 가령 나무 위에서 살기 어려워서 걷기 시작했고, 뭔가 잡기 위해서 손을 쓰기 시작했으며 햇빛이 적어서 피부가 하얗게 됐다는 것 등이다

 

이 책은 국내 과학잡지인 동아사이언스의 윤신영 편집장이 기획했고, 이상희 교수가 인류의 기원에 관한 22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당초 과학동아 인기 연재물 ‘인류의 탄생’(2012년 2월~2013년 12월)에 실렸던 저자의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우리에게 낯선 진화와 고인류학 분야를, 식성이나 농업, 협동 등 일상에서 친숙한 소재로 풀어냈다. 연재 당시 "이야기 중심의 파격적인 서술 방식과 친절한 설명 덕분에 연재 당시에 고정 팬이 많았다"고 한다.

 

인류가 유인원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바로 직립보행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자체가 어떤 목적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뇌 용적량이나 손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특징은 인류만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인류의 직립보행 이유는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기능주의적 해석을 경계한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인류의 진화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로 이어지는 단계론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네안데르탈인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들은 아프리카에서 첫 인류가 탄생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기존의 인류기원론에 의문을 제시한다. 다양한 지역에서 현생 인류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론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

 

흰 피부의 출현에 대한 해석도 새롭다. 이제까지 빙하기가 끝나며 이주한 인류가 극지방에 가까이 살면서 비타민D와 관련해 자연스럽게 흰 피부로 진화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흰색 피부는 불과 5000년 전에 처음 돌연변이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유럽에서도 흰 피부 인류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오호 그렇구나~

 

최초 인류가 기타 영장류와 어떤 점이 달랐을까? 계통상으로는 사촌지간의 유인원과는 달리 인간에게는 아버지가 있다. 다른 종들은 어느 수컷이 친부인지는 관심 없다. 암컷은 한정된 가임기 동안 우수한 정자를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그 기간에 암컷에게 전달되는 수컷의 정자는 여럿이다. 그리고 새끼가 태어난다. 어차피 누가 아버지인지 알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고릴라나 침팬지는 최대한 많은 짝짓기에 열중한다.

 

인간 수컷은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암컷의 출산과 양육 과정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남성은 임신하거나 수유 중인 여성이 움직이기 어려울 때 먹을거리를 갖다 줬다.

 

자신의 아이를 뱃속에 품은 여성과 태어난 아이에게 음식을 주는 일만큼 자손을 남기는 데 도움 되는 일이 또 있을까. 이게 바로 다른 영장류와 차별화 된 최초 인류의 모습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아버지가 있고, 고릴라나 침팬지는 아버지가 없다.

 

또한 현생 인류는 계속 진화 중이란다. 그녀는 "현대 문명에 사는 우리 현생 인류들은 마치 진화가 끝난 것처럼 겸손하지 않고 행동할 때가 많다""불과 몇 년 만에 사람들이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인구 폭발로 돌연변이가 많아져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옛 화석 뼈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DNA 자료 등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인류의 기원과 역사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학술 논문처럼 딱딱한 서술체가 아니라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모처럼 우리 학자가 쓴 인류학에 관한 좋은 책을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