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시공사 헤밍웨이 선집 시리즈 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장경렬 옮김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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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멕시코 만류가 흐르는 지역에서 작은 배를 타고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북칼럼니스트 이다혜 기자는 <노인과 바다>를 두고 지나칠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대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품을 작품으로 만나기 전에, 차고 넘치는 말의 홍수 속에서 그 작품에 대한 언어의 감옥에 갇히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

나는 오래 전 읽었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으며 그녀의 지적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니 영 새롭게 다가온다. 오래 전 읽었을지언정 줄거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노인은 홀로 바다에 나가 오륙 미터, 육백 킬로그램은 족히 나가는 청새치를 낚아올린다. 돌아오는 길에 피 냄새를 맡은 상어의 습격으로 청새치는 겨우 머리와 꼬리만 남기고 볼품이 없게 되었다. 노인은 청새치를 팔면 곤궁한 살림에 보탬이 될까 기대해 보았으나 다 헛된 일이 되었다. 나흘 만에 집에 돌아온 노인에게 남은 것이라곤 사투를 벌이느라 생긴 상처뿐.

마놀린, 내가 놈들한테 지고 말았단다.” 그가 말했다. “놈들한테 정말로 철저하게 지고 말았어.”

영감님이 녀석한테 진 건 아니에요. 잡혀온 고기 말이에요.”

물론 아니지. 정말로 아니었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단다.”

마놀린은 노인을 따르는 소년이다. 인은 소년이 다섯 살 때부터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소년이 가져온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오두막에서 잠이 든다. 그가 꿈속에서 본 것은 사자들이었다. 사자는 힘과 권력을 상징한다. 비록 노인은 볼품없게 늙었어도 한때 내면에 꿈틀대었을 사자의 용맹을 그리워한다. 어쩌면 마음만은 뜨거운 열정 그대로일까.

한때 잘 나가던 적도 있었다. 젊음은 그런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잘 나간다 싶었는데 벌써 백발이더라.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노인은 청새치를 잡기 전까지 84일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노인의 두 눈만큼은 쾌활함과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노인과 청새치의 사투에서 험난한 인생 길을 맛보았다. 포기하면 보람도 명예도 모두 잃는다. 기껏 성과를 내놓으면 탐욕을 지닌 이들이 샘을 내거나 헐뜯는다. 마치 상어 녀석이 뇌가 부서져 죽어가면서도 물어뜯은 살을 삼키듯이. 어디 인생이 뜻대로 풀리던가?

옮긴이 장경렬 교수는 헤밍웨이가 작품을 세상에 처음 발표한 1952년판 라이프지를 원본으로 삼았다고 밝힌다. 본문에서 볼 수 있는 삽화는 당시 것이라 하니 감회가 새롭다.

 

랑스 평론가 샤를 단치는 그랬다, "불멸의 고전일지언정 아무도 읽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내 생각에 <노인과 바다> 같은 작품은 일정 주기로 되풀이해서 읽으면 좋겠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 강산을 매일 끼고 사는 우리야 1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겠지 싶다.

나는 내가 젊었을 때 어떤 호기를 누렸었던가 되돌아본다. 나이 들어 가매 그런 호기의 작은 불씨라도 지펴내고 싶다. 노인이 자연에, 세상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나도 그리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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