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1년 6월 20일 늦은 밤, 여섯 사람을 태운 마차가 파리 튈르리 궁을 출발했다. 궁전을 유유히 빠져나가더니 파리 시내를 쏜살같이 질주하는 그 마차는 러시아 귀족 코르프 남작부인의 소유로,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러시아로 귀향할 예정이었다.

 

마차에 탄 승객은, 코르프 부인, 부인의 두 어린 딸, 친척 로잘리, 그리고 그들을 섬기는 집사와 가정교사였다. 마부가 탈 자리에는 수수한 외투를 걸치고 날품팔이 모자를 쓴, 한스 악셀 폰 페르센 백작이 앉아 있었다. 스웨덴의 우수한 지휘관, 로코코 시대 무도회장을 휩쓸던 대귀족,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이었던 바로 그였다.

 

모든 게 사기극이었던 것이다. 코르프 부인은 도주를 위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을 뿐, 집사와 가정교사는 각각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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