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신이 없다
데이비드 밀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데이비드 밀스는 무신론자다. 즉 신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는 곧 천국과 지옥, 악마와 천사, 기적과 성령 혹은 부활 같은 것들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체 미국인 중 약 95퍼센트가 신을 믿고 있다고 하니, 무신론자는 5퍼센트 남짓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밀스는 언제나 무신론을 매우 긍정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존재하지도 않는 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짊어진 매우 부담스러운 의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무에서 벗어나면 만족스런 삶을 위해 자신만의 목표와 이상을 선택할 최대한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창조론자의 주장에 대해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오랫동안 숙고했음직한,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답변이다.

 

가령 기독교는 세상의 모든 것에는 존재의 근거가 되는 원인이 있기에, 인관관계의 연결고리를 통해 우주 자체의 원리에 도달하게 되면 1원인은 하느님 자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밀스는 그렇다면 모든 것에 존재의 근거가 되는 원인이 있다면 하느님은 누가 혹은 무엇이 창조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질량에너지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1원인으로 삼으면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한다.


우주에는 신이 있다?

 

또한 밀스는 기독교인들은 선택적 관찰, 다시 말해 과녁에 적중한 것만 계산하고 빗나간 것은 무시하는데에는 달인이라고 설파한다. 나아가 지구의 역사가 6천 년에 불과하다는 성서의 주장을 물리법칙과 진화론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는 내가 며칠 전에 읽는, 존 브록만이 엮은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에서 16명의 과학자들이 창조론을 반박한 글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가령 성서에서 지구의 역사와 기원을 재구성할 때
, 그들이 참고할 수 있었던 유일한 지식의 원천은 수메르 문명까지를 다룬 역사 기록 뿐이었다. 수메르인들은 기원전 4000년경 최초로 문자(쐐기문자)를 발명했다. 문자가 없었던 그 이전 역사는 정지해 있다. 밀스는 이를 근거로 문명의 역사가 그 시기 이전에 갑자기 중단되었기 때문에 지구와 인류가 그 무렵에 발명되었다고 결론지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다.

  

사실 1800년대 초반에야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활약으로 화석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상기하면, 성서 시대는 비문명 시대에 어쩔 수 없이 부여된 비과학적인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당시 추론한 지구의 역사는 6천 년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주로 눈을 돌려보자. 우주는 초자연적인 설계와 지배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그렇지 않다이다.

밀스는 마술사의 트릭을 들어 반증한다. 가령 마술사가 자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보이도록 관객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듯 창조론자들 역시 기적이 세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줄 과학적 원인 결과의 상호작용을 의식적으로 무시하면서, 우리의 관심을 번쩍이며 눈길을 끄는 환상에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우주에는 신이 없다!

  

밀스는 끝으로 2004년 말 조지 부시의 재선으로 새롭게 활기를 띠기 시작한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 부분에서도 저자의 주장은 꽤나 명쾌하다.

 

가령 지적설계를 주장하는 창조론자들에 의하면 지구상의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하고 진화하지 않았다. 우주 전체는 예수의 아버지가 미리 인간의 특징에 맞도록 손질해 놓은 것이다.

 

저자는 앞의 주장을 반복한다. 즉 우주가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특징들을 다 갖추고 나중에 생겼다면, 이처럼 믿을 수 없을 만큼 운 좋은 우연에 대해 경탄하면서 우주에 있을 지적설계자를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대신에 우주가 먼저 있었고 생명체가 나중에 나타났다면, 그 생명체는 분명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만들어낸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것. 과학적 증거에 의하면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논리인지는 자명하다.

 

창조론자들은 쉽게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커다란 우연 앞에서 더욱 고상한 목적을 찾는다. 우리의 선호와는 무관하게 우주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해에 생긴 빈틈을 채우기 위해 마음속에 틈새의 신을 창조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믿음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저술에 공감이 많이 갔다. 상대방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무시하는 대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전개하는 방식은 바로 과학하는 자세가 아닐까? 이런 맥락에서 진화론과 창조론을 둘러싼 논쟁에 관한 저자의 입장과 논리는 일독해볼 가치가 있다.

 

우리는 우주와 대자연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나 무지하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다. "오직 두 가지만이 영원하다. 그것은 우주와 인간의 멍청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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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mirae 2014-05-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데이비드 밀스는 무신론자다. 즉 신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는 곧 천국과 지옥, 악마와 천사, 기적과 성령 혹은 부활 같은 것들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체 미국인 중 약 95퍼센트가 신을 믿고 있다고 하니, 무신론자는 5퍼센트 남짓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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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부분은 틀렸습니다.
미국인의 대부분은 "자기 신"을 믿는 겁니다.
대부분은 "타인의 신"을 믿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이 믿는 건 "신"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령을 믿는 것은 미국인의 절반정도 쯤 되죠.




무신론자란 극히 일부 있는 "나의 신"따위도 무시해버리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사랑지기 2014-05-12 10:22   좋아요 0 | URL
네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