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20년대 미국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질주하고 있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그간 역사의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의 위세가 미국에게 넘어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국부(國富)를 전비에 쏟아야 했던 유럽과는 달리 미국의 경제는 날개달린 쿠페 처럼 폭주했다. 자동차의 시대였고, 증권거래소가 넘쳐 났으며, 재즈 열풍이 불었다. 한편으로 1920년부터 시행된 금주법으로 탈법, 암거래와 갱단이 넘쳐났다. 휘황찬란하고 화려했던 상류층, 그리고 고달프고 질곡된 빈민층의 삶이 공존하는 시대. 그때가 그랬다.

이 시기에《위대한 개츠비》는 태어났다. 피츠제럴드가 이 작품을 발표한 때가 1925년이었으니 꼭 중간 무렵이다. 작가의 눈은 예리했다. 그의 필체는 당대와 시대적 모순을 가감없이 들춰내 버렸다.

어쩌면 데이지는 우리가 쫓는 꿈인지 모른다. 전쟁이 한창이던 무렵 그녀는 열여덟 꽃다운 청춘이었다. 그녀에게 반한 제이 개츠비는 그녀를 갖기 위해 자신의 질풍노도와도 같은 서막을 시작한다. 인연은 잠시 엇박자를 맞아 데이지는 톰 뷰캐넌을 만난다. 자신과 교류할 수 있는 동급을 만났으니,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당당한 결혼식을 올린다. 뷰캐넌은 자동차 네 대에 백 여 명을 이끌고 와서 호텔 한 층 전체를 빌리고, 결혼 전날 데이지에게 삼십오만 달러짜리 진주 목걸이를 선물한다. 하지만 톰에게 그녀는 단지 갖고 싶은 하나의 꽃이었을 뿐이다. 신혼여행에서 갓 돌아온 톰은 호텔 객실담당 메이드와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한다. 게다가 머틀(윌슨 부인)과의 불륜은 모두의 파국을 초래하게 될 지경이었으니…

이야기는 닉 캐러웨이라는 ‘나’가 이끌어간다. ‘나’는 데이지와 개츠비를 잇는 매개이기도 하고, 데이지와 개츠비의 실체를 독자에게 여과없이 들려주는 제삼자가 되기도 한다.

처음에 ‘나’는 데이지 부부가 프랑스에서 일 년을 보낸 이유에 대해 딱히 알 길이 없었다. 그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으레 부자들이 그러하듯 그들도 폴로를 좇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반께 이르러 데이지 부부가 프랑스로 떠난 이유는 톰의 불륜 때문이었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가 절묘하게 교차하며 전개된다. 현재 시점은 주로 ‘나’에 의해, 그리고 과거 시점은 개츠비의 회고에 의해 주도된다. 내가 보기에 이런 구도는 피츠제럴드가 자신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잘 드러내주기 때문이리라.

개츠비는 데이지를 너무나 오랫동안 꿈꾸고 숨막힐 정도로 이를 악물로 기다려왔다. 하지만 주인공 닉에게는 그것이 지나치게 생생한 환상으로 보였다. 데이지의 실체를 알기에 과연 그녀가 개츠비의 광신적인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하고.

데이지가 운전하던 노란색 쿠페가 톰의 불륜 상대 윌슨 부인을 치인다. 이 때 데이지 옆에 타고 있던 개츠비는 자신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노라고 거짓 증언이라도 해서 데이지를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운명은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결국 휘황찬란하고 눈부신 파티는 거대하고 부조리한 몰락으로 끝을 맺었다. 개츠비의 꿈은 거의 실현된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이룬 부(富)와 가까이하게 된 연인 데이지와의 조우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 꿈은 어둠 아래 굽이치는 도시 너머 한 켠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을 수 있다.

 

‘나’는 서른을 맞은 즈음 읊조린다. 불길하고 위협적인 또 다른 십년이 기다리는 여정…. 미국은 광기어린 20년대를 보내다가 대공황 이후 전혀 성질이 다른 극심한 불황의 30년대를 맞이했다. 이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