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의 기적, 카붐! - 놀이터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꽃피운 세계 최대의 비영리단체 '카붐'과 한 남자의 이야기
대럴 해먼드 지음, 류가미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플로리다 주 올랜드 북서쪽에 있는 팜스(Palms) 아파트 단지의 놀라운 변화를 보자. 최근까지만 해도 폭력 사건의 온상이었던 곳이다. 2006년과 2007년에 거의 3천 번에 달하는 폭력 사건으로 경찰이 그 아파트 단지에 출동했다. 2008년에 이르러서는 상황이 더 나빠져, 상반기에만 2천 번 넘게 경찰이 출동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대로 그냥 두어선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올랜드 경찰청은 단지 순찰을 강화했고, 아파트 관리회사도 자체 안전 팀을 꾸리는 한편, 모든 공공장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아파트 단지 이름도 팜스에서 윈저 코브로 바꾸었다.

2010년 윈저 코드의 엄마들이 카붐에 놀이터를 짓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 카붐!은 당연히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작은 성취감은 주민들의 의욕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카붐! 직원들도 신나게 만들었다.

마침내 2010년 7월 29일, 윈저 코브의 엄마들을 행동하게 했던 폭력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만에 주민이 한데 모여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완성되었다.

두 개의 나선형 미끄럼틀, 장난감 불도저, 아주 많은 그네, 모래 박스와 네 개의 벤치, 두 개의 차양, 다섯 개의 피크닉 테이블 그리고 체스판. 이에 다가 아니었다. 여덟 그루의 나무도 새로 심었고 진입로도 새로 만들었다. 이제 다른 프로젝트를 시도 중이라고 한다. 놀이터 근처에 잔디밭을 만드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이 카붐!의 주도로 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자원봉사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이제 궁금해진다. 카붐은 대체 어떤 곳인가?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카붐!의 설립자 대럴 해먼드이다. 카붐!(Kaboom!)은 '번쩍', '펑'과 같이 무언가 마법처럼 나타나는 모습을 묘사하는 의태어를 딴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짠!'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해먼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체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그는 어린 시절을 무스하트라는 자선보호회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가 고아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조부모는  16명의 아이를, 그의 부모는 모두 8명을 두었다. 키우기 힘들어서 외삼촌이 후원하고 있던 무스하트 시설에 보내진 것이다. 지금은 자리만 있다면 무스하트 시설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회원이나 회원과 연고가 있는 아동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지낼 수 있어서 무척 운이 좋았다고 회고한다. 사실 무스하트는 1,200여 명의 아이가 함께 살았던 대학 캠퍼서와 같았던 곳이었다. 49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울창한 수풀의 잔디밭, 드넓은 호수, 가정집과 비슷한 기숙사가 있었고, 자체 우체국, 소방서와 발전소까지 갖추었다. 또 농장과 우유 가공소도 운영했다.

저자는 무스하트에서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어린 시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듯이 이제 그 보답의 일환으로 다른 아이들을 도우려 했던 것이다.

2002년 저자는 마침내 자신이 자랐던 무스하트에 보은을 하게 된다. 기존 놀이터 시설이 낡아 당국의 기준을 충족시켜 줄 수 없어 폐쇄된 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준 것이다. 해먼드가 만든 그 놀이터는 카붐!이 만든 200번째였다. 나는 당시 저자가 맛보았을 의기양양함을 상상해 보았다. 얼마나 뿌듯했을까.
 

 


"대담무쌍한 사고"
큰 꿈을 꾸고 그 대담한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기대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

그는 놀이터를 짓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활성화는 데 초점을 두도록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했다. 지역주민이 보다 앞선 단계에서 놀이터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원한 것이다. 즉 계획을 세우고 기금을 마련하고 자원봉사자를 조직하고 놀이터 공사에 참여하고 최종적으로 유지와 보수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즉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이 바로 공동체를 새로 일으켜 세우고, 함께 하는 공동의식을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래서 놀이터 하나하나에 공동체의 땀과 성취가 배일 수 있었고, 마침내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대담무쌍한 사고"는 실현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놀이터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단순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의 차원을 넘어 그들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터전이 된다. 19세기 독일의 프뢰벨은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놀이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일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놀이는 행동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며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시험해보는 일종의 예행연습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는 현실에 다가가는 시도이며, 그들이 안전망 속에서 세상을 탐험하는 길이다.

또한 놀이는 사회성을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두뇌발달에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더불어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위험한 일을 경험하고, 신체적인 행동의 결과를 배운다. 놀이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신을 신체적 한계까지 몰고 간다. 그네를 탈 때도 가능한 한 높이 올라가 보려고 하고 놀이터의 돌림판을 돌릴 때도 가능한 한 빠르게 돌려보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은 위험과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 자각한다.

성인의 삶에는 다양한 위험이 있다. 질병의 위험, 경제적 위험, 감정적 위험, 우리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때로는 심하지 않은 경우라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경험하도록 허락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그러한 상황을 통해서 위험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가 제공된다면, 아이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렇듯 해먼드는 아이 양육에 있어 놀이의 중요성, 그리고 안전한 놀이터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 해먼드의 좁은 아파트에서 카붐!은 출발했고, 지금까지 2억 달러의 기금을 모으고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일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내가 가장 감동깊게 읽었던 부분은 2005년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었던 뉴올리언스에 놀이터를 세운 것이었다. 수해 피해를 입은 지역은 당장 먹을 것과 잘 곳 그리고 발전기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카붐!은 바로 거기에 놀이터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연휴를 며칠 앞 둔 12월 17일 지역 자원봉사자 200명을 모집해서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행사 당일 무려 6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몇 주 동안 집을 수리하고 지하실에 있는 쓰레기들을 치울 때 쓰던 자신의 연장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옛 친구들과 만나 감싸 안고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해서 네 개의 그네와 세 명의 아이가 한꺼번에 탈 수 있는 미끄럼틀, 그리고 모형 찻집과 모래 상자, 줄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지프라인까지 갖춘 아름다운 놀이터가 탄생했다. 절망과 위기 속에서 다시 공동체를 살려낸 것이다!

집단행동 (Mass Action)

카붐!의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먼드는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프로그램을 널리 퍼뜨려 나갔다. 카붐!은 그들이 놀이터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 기밀사항, 오랫동안 놀이터를 만들면서 개발한 갖가지 기술을 웹사이트에 제공했다. 또한 온라인 강좌를 개설하여 연간 9천여 명에게 놀이터 짓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집단행동' 프로그램을 통해서 카붐!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눔으로써, 보다 빠른 속도로 보다 먼 곳에 놀이터를 지을 기회를 확장시켰다.〈놀이터를 세우는 세부 절차〉는 책 382쪽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라.

상상력 놀이터 상자 (Imagination Playground in a Box)

내가 깜짝 놀란 부분이었다. 상자 안에는 150개의 스펀지로 만든 다양한 블록과 몇몇의 다른 재료, 천, 공, 요가매트, 부품을 엮기 위한 끈(아이들이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얇고 기다란 관)과 같은 기초 용품이 들어 있다. 조립할 수도 있고 해체할 수도 있는 이 모든 것은 튼튼하고 바퀴가 달린 알록달록한 상자에 담겨 있다. 아이들은 요새와 무대와 인형의 집, 차와 고층빌딩, 심지어 흔들리는 계단까지 만들면서 논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인가! 우와~ 카붐!은 우리에게 새로운 진화를 선사하고 있다.


"빌드 데이는 놀이터에서 노는 날이 아니에요. 오늘은 정글짐을 하는 날이 아닙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땀 흘려 일하는 날이에요! 함께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잘못된 것을 고치는 날이지요. 여러분은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빌드 데이는 카붐!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놀이터를 만드는 날이다. 빌드 데이! 단 하루의 기적! 이어 '짠!'하고 새로운 놀이터가 탄생되고, 활력 넘치는 공동체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카붐!에 대한 그런저런 이야기 겠거니 했다. 하지만 카붐!은 상상력 놀이터 상자로 진화하고, 모든 노하우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놀이터를 만들고, 그 속에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정(情)을 전파하는 전도사였다! 너무나 멋진 이야기, 끝까지 읽은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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