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위로 한 그릇 - KBS 아나운서 위서현, 그녀의 음식 치유법
위서현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그 길에서 우연히 그대를 만났다."

위서현, 그녀는 '
우연한 만남'이란 삶이 결코 약속한 적은 없지만 반드시 선사하는 흐뭇한 약속이라고 평한다. 그녀는 공간과 사람, 음식과 이야기, 음악과 농담, 그리고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 같은 것들을 통해 삶들을 부드럽게 다독이고 쓰다듬는다.

이 책은 그녀의 톡톡 튀면서 때로는 엄마 품처럼 포근한 감성으로 즐겨 찾고 위로를 얻는 힐링 푸드에 관한 이야기다
. 삶을 끌어가는 데 있어서 언제나 삶이 숨 쉴 공간, 채워질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서 언제나 하나를 더 배운다. 그러니 비워둔 채, 부족한 채로 만족한다.

 

위서현은 이화여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을 전공했다. KBS 아나운서로 일하며 뉴스, 교양 프로그램, 1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라디오에서는 '책 읽는 밤' 진행을 맡고 있다.

그녀는 틈날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과 재래시장
, 숨어 있는 맛집들과 케이크 가게를 찾아다닌단다. 그 속에서 글과 음악, 그리고 한 그릇의 음식이 주는 사소고하도 커다란 위안을 얻고 믿으며,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가령 가끔 마음이 어수선할 때면 가곤 하는
, 예술의 전당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백년옥'. 여기는 옛날 손부두 혹은 콩비지찌개를 늘 시킨다고 한다. 그녀는 두부 한 모에서도 인생을 살아갈 겸허한 지혜를 배운다.

열정이란 너무 뜨거우면 스스로 타버리고 너무 억누르면 스스로 사그러든다
. 그러니 처음의 열정을 오래 이어가려면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묘하게 품어야 한다. 그것이 담백함이다. 물과 불을 동시에 품은 두부처럼 끝없이 단련되고, 충분히 정련된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다.(170)

어디 이 뿐인가
. '광화문집'의 김치찌개를 먹으며 "삶의 허기로 갈라진 틈이 꼭 맞게 메워진 시간"이었다고, 그래서 든든해진 만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자랑한다.


하루 종일 글을 쓰며 보내기로 한 어느 일요일
, 향긋한 홍차를 우려내는 3분은 참선의 시간과도 같았다고 토로한다. 눈물 나게 매운 청양 고추를 맛보고서 "그 통점을 넘어서고 이겨내면 칼칼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매운 맛도 겸허하게 즐길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한다.

이탈리아 할머니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손맛 나는 음식들이 가득한 '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여느 평범한 장미꽃에 어린왕자의 시간과 의미가 쌓여 단 하나의 특별한 장미꽃이 된 것처럼 다가오는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 골목에 있는 카페 '커피랩'. 이 얼마나 풍성한 감성인가. 먹지 않고도 절로 군침이 돌고, 배부르고 또 넉넉해진다.


나는 이 책을 내려놓으며 그녀와 함께 얼그레이의 진한 향을 맡고 싶다. 그래서 콜필드의 질풍노도같은 방황에 대해, 와타나베가 느낀 상실의 시대에 대해 그리고 핍이 되찾고자 했던 순수에 대해 수다를 떨고 싶다.


천천히 음미하듯
당신만의 걸음으로 걸어요.
시간이 걸린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
고귀한 정신과 향기는
그 시간 속에 깃드는 것이니
,
당신만의 걸음으로 걸어요
.


그녀는 초콜릿 브라우니를 처음 먹었던 열두 살, 새로운 세계가 열린 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녀는 여전히 끊임없이 열리는 새로운 세계로 향한 문을 향해 기꺼이 오늘도 열고 건너가 열광하리라. 그리고 또 우리에게 전해 주리라. 그러니 데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녀가 건네는 '뜨거운 위로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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