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팩터의 심리학
이기범 & 마이클 애쉬튼 지음 / 문예출판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격심리학에서 1960년대 이후 제일 잘 나가던 이론은 5대 성격 요인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수많은 성격 특성, 즉 '가식적' 성격에서 '희생적' 성격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성격 특성은 결국 다섯 개의 큰 집단(또는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모델로 인해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인간 성격을 아주 효율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5대 성격 요인은 다음과 같다.

외향성 (Extraversion): 활달함 vs 수줍음

원만성 (Agreeableness): 친절함 vs 매정함 

성실성 (Conscientiousness): 규율적이고 치밀함 vs 게으르고 신중치 못함

정서성 (Emotionality): 불안함 vs 평온하고 느긋함

경험 개방성 (Openness to experience): 창의적임 vs 관습적임

 

70~80년대 오레곤대학의 루이스 골드버그는 이런 성격 특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해 60년대에 관찰된 성격 요인 다섯 가지와 매우 흡사한 결과가 나오자, 이를 "Big Five"라고 불렀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기범 교수와 마이클 애쉬튼 교수-는 직접 HEXACO 모델을 개발한 주인공들이다.  이 교수는 현재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애쉬튼 교수는 역시 캐나다 브록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공동 저자들은 5대 성격 요인이 서구 사회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만일 비서구 문화에서 비슷한 연구를 하게 된다면 5대 성격이 과연 동서양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타당한 인간 성격 특성을 나타내는지 명확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들은 1997년 성균대학교 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성격 특성 어휘 약 400개에 대해 설문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서구 언어에서 발견되었던 5대 성격과 너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또한 자료를 더 자세하고 깊숙하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요인이 발견되었다. 이는 헝가리 언어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와 매우 비슷했는데, 헝가리 연구자들이 그 요인을 '도덕성' 요인이라고 명명했던 것이었다.

저자들은 2년 후 캐나다 퀘벡 주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해서 성격 어휘 연구를 다시 수행하게 되었다. 이 연구에서도 한국어와 유럽어에서 발견되었던 그 아름다운 6번째 요인이 관찰되었다.

이렇게 하여 '인간 성격은 여섯 개의 기본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신념이 정립되기에 이른다. 즉 '정직-겸손성(Honesty-Humility)' 요인, 즉 'H 팩터'를 추가한 '성격 구조의 HEXACO 모델'이 탄생된 것이다.

HEXACO란 정직-겸손성(Honesty-Humility), 정서성(Emotionality), 외향성(Extraversion),원만성(Agreeableness), 성실성 (Conscientiousness),
경험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을 뜻한다. 'HEXA'는 그리스어로 '6'이란 뜻이 있어, 자연스레 6대 성격 요인을 의미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언급한다!

2장부터는 'HEXACO 성격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특히〈표 1-2 HEXACO 성격 요인이 높고 낮음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 특성〉(40쪽)은 좋은 참고가 되겠다.

48쪽부터는 이타성 및 대립성과 관련이 있는 '정직성·원만성·정서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정직성이 높은 사람은 타인을 이용하거나 착취하지 않는다는 공통 특성이 있고, 원만성이 높은 사람들은 온화하고 젊잖은 사람들이다. 정서성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특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58~65쪽에 박스처리된 성격에 관한 정보는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과연 유전자가 성격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이에 관해 궁금하다면 직접 본문(58쪽)을 확인해 보자.

이 책의 진정한 가치와 읽는 재미는 2부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는 정직성과 나머지 5대 성격 요인들간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는데, 일부 실증분석을 통해 상관계수까지 제시되어 있어 더 흥미롭다.

 

1. 탐욕을 위해 모험에 뛰어드는 '낮은 정직성-낮은 정서성' 유형
이 유형은 탐욕이 넘치면서도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위험을 감수할 뿐 아니라 타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2. 교활하게 울고 보채는 '낮은 정직성-높은 정서성' 유형
이 유형은 자신의 약점을 이용(또는 과장)해서 자신이 원래 받아야 할 몫보다  더 많이 챙기려 든다. 가령 시험 때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시간을 벌거나, 꾀병을 부리거나 잡다한 변명거리를 끊임없이 들이댄다.

3. 거칠 것 없는 나르시시스트들인 '낮은 정직성-높은 외향성' 유형
이 유형은 남의 주목과 관심을 즐길 뿐 아니라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의 위대함에 도취되어 있고, 남들도 자신의 우월함을 인정하고 자신을 그게 맞게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4. 과묵하고 거만한 '낮은 정직성-낮은 외향성'
 유형
이 유형은 자신이 높은 지위와 신분에 걸맞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남을 이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사로잡아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만큼 카리스마가 출중하지 않기 때문에 남을 잘 이용하거나 조종하지는 못한다.

5. 이기적인 쌈닭 같은 '낮은 정직성-낮은 원만성' 유형
이 유형은 사람을 이용하거나 착취하면서도 별 문제를 못 느끼지만, 반대 경우에는 화산처럼 폭발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이용하는 건 자기들만의 전유물이지 남들이 자신에게 그렇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사람들이다.

6. 서글서글한 아부꾼이 많은 '낮은 정직성-높은 원만성' 유형
이 유형은 욕심이 많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몰래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성질이 원만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어울려 지내기가 훨씬 쉽다.

7. 최악의 종업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낮은 정직성-낮은 성실성' 유형
이 유형은 한편으로는 남들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로채고자 하자는 사욕이 강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을 결여하고 있다. 이들은 사기나 강탈 혹은 횡령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

8. 자기 밖에 모르는 야심가가 많은 '낮은 정직성-높은 성실성' 유형
이 유형은 사리사욕을 최우선시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중장기적 이익을 실현하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므로 법을 잘 어기지 않는다.

9. 천박한 욕심쟁이들인 '낮은 정직성-낮은 개방성' 유형
이 유형은 돈과 지위 말고는 어떤 것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과학은 돈이 되는 기술을 제공할 때만 가치가 있고, 자연은 부동산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원천일 때만 가치가 있으며, 예술작품은 투자나 '자랑거리'일 때만 가치가 있다.

10. 속물이면서 고상한 체하는 '낮은 정직성-높은 개방성' 유형
이 유형의 사람들이 뽐내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분야는 종종 예술적이거나 지적인 분야다.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지적이고 얼마나 교양이 흘러넘치는지 보여주고 싶어한다.

이상 10가지 유형을 모두 살펴 보았다. 나는 어디에 해당될까 생각해 본다. ^^

 

저자들은 몇 년에 걸쳐서 약 1,300쌍에 이르는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HEXACO 성격 요인에 대한 자기 보고와 타인 보고 결과를 수집했다. 어떤 쌍은 가족과 친지로 구성되었지만, 대부분의 쌍은 동성 친구였다. 그 결과 정직성에 해당하는 자기 보고 점수 평균이 타인 보고 점수 평균보다 더 높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일치도는 상관계수로 표현하자면 약 0.5 수준이었다.

한편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142~146쪽)도 제시되어 있으니 참고할만하다.

내가 무척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성격 요인(특히 정직성과 개방성)이 가치관과 관련된 중요한 한 특성인 정치적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고찰이었다.

정치적 태도는 크게 두 가지-우파 권위주의와 사회 지배 지향성-로 대별해서 다룬다. '우파 권위주의'에 대한 척도가 높은 사람들은 통상적인 규범과 관습에 도전하는 사람과 그들의 급진적 생각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 지배 지향성'의 점수가 높은 경우에는 한 사회에서 평등을 이루는 것보다 위계가 있는 것을 더 좋아하여,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에 대해서는〈표4-1 우파 권위주의와 사회 지배 지향성 척도에서 사용되는 문항의 예〉(158쪽)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정치판에서 '치명적 연합'은 사회 지배 지향성이 높은 지도자가 우파 권위주의적 성향이 높은 추종자로 구성된 쌍이라고 한다. 전쟁과 학살 등을 불러일으켰던 참담한 역사적 사건들의 이면에는 거의 언제나 이런 치명적 연합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181쪽부터는 '성격과 종교적 신념'에 대해 다루고 이어 '돈, 권력, 섹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생략하기로 하겠다.

끝으로 저자들은 우리 사회가 크게 보면 정직한 사람들과 부정직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고 나누는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록으로 자기 보고용 60문항과 타인 보고용 60문항으로 구성된〈HEXACO 성격검사〉가 첨부되어 있으니 한번 테스트해 보자.

HEXACO 모델은 특히 산업계에서 근로자의 심리를 분석하는데 기존 5요인 이론보다 효율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산업 현장 외 정치, 종교, 돈, 권력, 섹스 등 각 분야에서 'H 팩터' 성향이 높은 사람이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보인다고 한다.

나는 언젠가 'EBS 아이들의 사생활' 다큐를 보면서 정직한 아이들이 덜 정직한 경우보다 학업 성적이 높고 자존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옛말에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격언이 있지만 이제는 정말 '옛말'이 된 것이다.

 

'H 팩터'가 지닌 또 하나의 강력한 힘은 바로 긍정성! 내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일이 잘 안 풀리고, 수입보다는 지출이 많아 우울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직하고 겸손하게 사는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끔은 부귀영화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취한들 그게 무슨 득이 될까 반성해 본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정직과 겸손 그리고 긍정, 이 3가지 가치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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