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심의 재발견 - 1년 내내 계획만 세우는 당신을 위한 심리학 강의
피어스 스틸 지음, 구계원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읽어나가기가 매끄럽지 못했다. 내용보다는 편집 상황 때문에 그러했다. 그렇다고 번역이나 편집이 엉성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냥 특징없이 밋밋하다고 해야 되나? 왜 싱거운 미역국같은 거….
그러다가 무릎을 치게 되었다. 아하!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을 때 약간 방해가 되는 부비트랩같은 거…. 우선 ‘늑장’을 ‘끝장’내려면 이 책을 끝까지 읽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그러니 책이 이쁘게 나오면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나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마침내 다 읽어냈다!
이 책은 스스로에게 다짐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한 모든 결심에 대한 책이다.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결국 달성하지 못한 모든 목표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미루어 둔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허둥댔던 수많은 밤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피어스 스틸은 미루기 대장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늑장 부리는 버릇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터라 늑장 부리는 사람들의 고충에 깊이 공감했다.
마침내 저자에게 ‘늑장’이란 평생의 과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장기인 메타 분석을 사용하여 수많은 연구과 논문을 리뷰하여 ‘늑장’의 본질과 원인은 무엇인지, 이에 맞서 싸우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책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있다.
1부 늑장에 대한 모든 것: 늑장의 본질, 원인과 유형
2부 늑장을 이기는 기술: 늑장을 극복하기 위한 기법
3부 실전! 결심의 재발견: 늑장 완전 공략 매뉴얼
저자의 독창성은 다음과 같은 '늑장 방정식'에서 더욱 빛이 난다.

특정한 날의 기한이 훗날로 미뤄지면 지연이 늘어나고 해당 업무를 해결하려는 의욕은 줄어든다. 충동성은 지연의 효과를 몇 배 높여 주므로 충동적인 사람은 시간의 효과에 훨씬 둔감하며, 적어도 초반에는 더욱 이러한 경향이 크다. 충동적인 사람은 중요성이 특별히 높지 않은 이상 코앞에 닥쳐서야 비로소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중요성은 높여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 바로 기대치와 가치다. 특정한 일의 대가와 그 대가를 받을 가능성이 클수록 그 일에 빨리 주의를 끌게 된다. 또한 늑장 방정식은 늑장의 가장 치명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인 ‘의도와 행동 사이의 간극’도 설명해 준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늑장 부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에 착수할 계획을 세운다. 양쪽의 차이는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느냐의 여부다.
내가 보기에는 이 늑장 방정식이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방정식을 구성하는 4요소를 적절히 분석하여 그 원인을 파악한 다음, 적절한 예방조치와 실행계획을 수립하면 늑장 부리기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나름대로의 멋진 실행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읽어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저자는 늑장 부리는 성향을 지닌 사람의 또다른 특징으로 뇌구조를 예로 든다. 이는 늦게 진화된 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방해를 받을 때마다 강해진다는 것이다. 전두엽 피질 부분의 영향력이 약해질수록 인내심은 줄어든다. 가령 술을 마시거나 암페타민과 코카인을 주입하면 변연계가 크게 자극되거나 전두엽 피질의 기능이 둔화되어 나중에 후회하게 될 행동을 저르기 쉽다.
따라서 변연계 기능이 활성화될 수록 충동에 쉽게 유혹된다. 우리가 업무 중에 이메일나 SNS 확인이나 웹 서핑을 참을 수 없는 이유는 업무에 몰입하기 싫은 자신를 유혹하는 매체에 현혹되기 때문이다. 가령 PDA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세계 대학 사전에서는 2006년에 '크랙베리'(CrackBerry, 마약을 뜻하는 'Crack'과 블랙베리의 'Berry'를 합성한 말로, PDA의 중독성을 나타내는 말)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변연계는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이 있다. 이에 반해 전두엽 피질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준다. 달리 표현하면 변연계는 가솔린 한 통에 눈독을 들이는데 반해 전두엽 피질은 보다 은근하고 지속적인 열을 낼 수 있는 나뭇가지와 통나무를 제안하는 식이다.
저자는 미루기 타입이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늑장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개인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하여 고통을 야기하기도 한다. 가령 정기 검진을 미루는 바람에 병원을 키워서 수명이 단축되거나 의료비 지출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교육이나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는 기타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늑장을 부리는 경향이 크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자기 절제가 부족한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그 원인을 유전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변이 형질의 유전이라는 과정을 통해 DNA 내의 적응에 성공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향후 세대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늑장이 유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늑장이 경제생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재밌는 연구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가령 최대 300달러를 달 수 있는 게임을 몇 가지 실시한 후 사람들에게 획득한 상금을 어떻게 받을지 선택하도록 했다. 지금 당장 수표로 받을 수도 있었고, 2주를 기다려서 더 큰 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 사람들은 대부분 수표를 받는 쪽을 선택했지만 결국 평균 4주가 지나서야 그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었다. 다른 말로 하면 더 많은 상금을 받기 위해서 기다려야 하는 기간(2주)보다 은행에 가는데 두 배(4주)의 시간이 걸렸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연구대상자의 2/3가 그 자리에서 상금을 수령해 갔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내 미루기 습관을 점검해 보았다. 내 상황을 체크해 보니 전기세 등 공과금 납부나 카드 대금 결재 시일을 넘겨서 연체금을 추가로 낸 경우도 많았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늑장 부리는 사람들이 노후 대비에도 취약하다는 지적이었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떠올랐다. 젊었을 때 흥청망청 쓰다 보면 노후에는 손가락 빠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니 덜컥 두려움마저 드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ㅠㅠ
저자는 사회적으로도 늑장 대처에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론한다. 가령 미래 사회에 도래할 지 모르는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에 대해 정치적 부담 등으로 미루다 보니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2부에서는 늑장을 이기는 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7장부터 9장까지 책의 내용을 실천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실천 과제'라는 항목이 등장하는데, 저자의 연구 결과가 집대성된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7장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균형 잡기: 실패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은 없다
① 성공의 선순환을 위한 실천 과제: 인생에서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를 생각한 다음, 그 분야에서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조금만 향상시키려고 노력한다.
② 대리 만족을 위한 실천 과제: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는다. 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스스로를 믿거나 여러분을 신뢰하는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으면 더욱 쉽게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③ 소원 성취를 위한 실천 과제: 창조적 시각화를 지지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해 온 그대로 하되, 한 단계를 추가하면 된다. 평소처럼 긍정적 생각과 개인적인 목표 구상을 한 다음에 자신의 진정한 위치가 어디인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④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최선의 상황을 희망하기 위한 실천 과제: 삶이 언제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완벽함을 기대하기 보다는 어려움과 후회를 예상하라. 그러면 불가피하게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게 될 것이다.
⑤ 이미 미루기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실천 과제: 만성적으로 늑장을 부리며 매 순간마다 변명거리를 찾아내 스스로를 속이며 계속 일을 미루고 있다면,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찾고 있던 방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싫어하는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테일러의 시스템으로 업무가 표준화되고, 반복되고, 철저한 통제를 받게 되면서 일에 대한 거부감은 만성적인 상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늑장부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일상적인 일을 힘들고 단조롭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훨씬 클 수 있으므로, 스스로 동기부여를 강화하여 일을 게임처럼 즐기고, 목표를 성취하라고 충고한다.
나이가 들수록 늑장이 줄어드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관련성이라는 요소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면 점차 사물 간의 연관성을 깨닫게 되며 한때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일에서도 의미를 찾게 된다. 공감할 수 있는 커다란 목표, 즉 일생의 목표가 없다면 여러분이 이제 해야 할 일은 그러한 목표를 찾아내는 일이다.
미룰 수 없다면 사랑하라: 내가 하는 일은 소중하니까요!
① 게임과 목표를 위한 실천 과제: 일을 올바르게 정의하자. 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일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② 의욕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 과제: 지나친 피로는 늑장의 가장 큰 원인이다.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현명하게 노력을 할당해야 한다.
③ 생산적인 늑장을 위한 실천 과제: 주변 업무를 처리하면서 목표 업무를 피한다는 타협안을 받아들인다. 미침내 목표 업무에 착수하게 되면 목표를 완수하기에 더욱 좋은 상황이 된다.
④ 두 배 아니면 제로를 위한 실천 과제: 스스로의 성취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시간을 가져라. 작은 성공이라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적절히 보상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⑤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실천 과제: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면 절대로 날려 버리지 말아라!
충동의 고삐를 잡아라: 달콤한 유혹의 결과는 언제나 쓰다
충동성은 늑장의 핵심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잘못된 인간관계나 형편없는 리더십, 그리고 자살이나 약물 남용, 폭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충동성은 지연의 효과를 몇 배로 확대하므로 늑장 방정식의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① 속박, 포만, 벌칙이라는 방패를 위한 실천 과제: 여러분을 유혹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을 해야 할 때 집중력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고나서 이에 대한 예비대책을 마련한다.
② 집중력이 평생의 자산이 되기 위한 실천 과제: 유혹을 일깨워 주는 신호를 폄하하거나 제거하거나 대체하는 것이다.
③ 올바른 목표 정하기를 위한 실천 과제: 목표 설정, 특히 올바른 목표 설정은 늑장 부리는 습관에 대한 가장 현명한 대처법이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늑장 완전 공략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저술한 내용을 최종 정리하는 것이며, 또한 매우 유용한 팁들이 제법 많다.
여기에는 크게 '지긋지긋한 다이어트'와 '밑도 끝도 없는 일상의 수고로움' 그리고 '빚을 쌓을 것인가, 돈을 쌓을 것인가' 등 세 파트가 있다.
'지긋지긋한 다이어트'는 습관을 개선시키는 것을 미루는 것에 대한 조언이며, '밑도 끝도 없는 일상의 수고로움'은 업무를 미루는 것에 대한 조언이다. '빚을 쌓을 것인가, 돈을 쌓을 것인가'에서는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미루기 방지 대책을 조언하고 있다.
이를 요약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기대치
1. 성공의 선순환
2. 대리 만족
3. 소원 성취
4.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최선의 상황을 희망
5. 이미 미루기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가치
1. 게임과 목표
2. 에너지 위기
3. 생산적인 늑장
4. 두 배 아니면 제로
5. 열정을 가질 수 있을 일을 찾아라
충동과 지연
1. 사전 예방 조치와 속박
2. 집중력은 평생의 자산
3. 올바른 목표 정하기
저자가 그간 공들여 파악한 미루기의 특성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실천 로드맵이 여기에 모두 압축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나도 사실 미루기의 대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은 있지만 좀체 진전이 되지 않는 꼭지가 서너 개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왜 그런 습관이 생겼는지 이해하게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려면 뭐가 필요한 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파악하게 되었다!
저자의 충고대로 결심이 섰으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라잇 나우! 실천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