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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로 시작하는 느낌 있는 그림 그리기 ㅣ 그리다
OCHABI Institute 지음, 김재훈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2월
평점 :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뜸해지면서 여유 시간이 늘어났다. 이때 그간 한번쯤 꿈꿔오던 것들을 꺼내보면 어떨까? 누구는 화초를 키울 수도 있겠고, 누구는 글을 쓰거나 노랫말을 지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림그리기는 어떨까?
이 책은 영진닷컴에서 ‘그리다 시리즈’로 펴내는 두 번째다. 저자 ‘OCHABI Institute’는 미술을 가르치는 학교 세 곳을 한데 아우르는 총칭이다. 즉 오차노미즈 미술학원, 오차노미즈 미술전문학교와 OCHABI artgym 이다.
이 책은 그림의 왕초보부터 기본기를 다지고 싶은 사람까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사물이나 인물 데생을 선 하나로 느낌 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착실히 알려준다. 그림은 종이와 펜만 있으면 그릴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이나 사물의 형태를 기본적인 도형으로 분해한 다음, 그림을 완성해 나갑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림을 그리는 순서’를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논리적 데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방법을 알면 센스나 경험과 관계없이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 머리말에서
책은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펜을 쥐는 방법, 곡선과 직선을 긋는 요령, 선으로 느낌이나 운동을 표현하기 등을 설명한다. 2장은 평면적인 그림 그리기, 3장은 인물 그리기, 이어 4장 입체적인 그림 그리고 5장 풍경 그리기를 알아본다.
나는 어린 시절 그림을 제법 잘 그렸다. 도내 또는 전국 경진대회에서 상도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상급학교 진학하면서 그림을 그만두었다. 글 쓰고 소설 쓰는 일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고3 때도 백일장에 나갔으니 말 다했다.
그림과 함께 만화도 곧잘 그렸다. 제법 두꺼운 노트 한 권에 빼곡히 만화를 그렸던 기억이 있다. 이름도 거창한 ‘불타는 창공’. 육이오를 배경으로 한 공중 전투 신이었다. 이와 함께 정의를 위해 악당을 무찌르는 복면을 쓴 검객 이야기도 내가 주로 그렸던 테마였다. 지금도 갤러리나 박물관에 들려 그림을 즐겨 보고, 그림에 관한 책도 탐독한다.
이 책은 내가 그간 잊고 있었던 그림에 대한 감성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그림을 그리는 연필과 펜을 다루는 방법과 구도 잡는 법 같은 것들은 그림 그리기의 기본기 중의 기본기다. 이 책이 있었다면 내 그림 공부는 한결 수월했을 것이다.
책은 지금까지 없었던 데생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소회를 밝힌다. 최대한 전문적인 용어를 쓰지 않고, 비교적 쉽지만 성취감이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풀어낸다. 이 책과 더불어 그림 그리기의 기본기를 쉽게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데생을 배우면 그림 그리기에 자신감이 붙는 것 말고 얻을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그림을 보고 즐기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리는 요령’ 뿐만 아니라 ‘관찰의 요령’까지 익히게 된다.
우리말로 옮긴이는 한때 만화가가 꿈이었던 김재훈 번역 작가다. 그는 지난 《최고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서 능준한 번역 솜씨를 선보인 바 있다. 현재 영진닷컴과 한스미디어에서 일본에서 간행되는 만화와 그림그리기에 관한 책들을 두루 펴내고 있다.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 도서 구입 시 드로잉 필기구(연필/지우개)를 증정한다고 하니 이 참에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