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유명 건축물 이야기 : Architecture Inside+Out
John Zukowsky.Robbie Polley 지음, 고세범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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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미술관 건축 큐레이터로 30년간 근무한 건축가 존 주코프스키와 건축 일러스트레이터 로비 폴리는 세계를 대표하는 50개 건축물을 400여 상세 일러스트로 설명한다.

책은 콜로세움, 파르테논 신전, 퐁피두 센터, 앱솔루트 타워, 워싱턴 의회의사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건축물을 공공 생활(11), 기념물(6), 예술과 교육(12), 주거(11), 예배(10) 등 다섯 가지 범주에 맞추어 균형있게 배분하여 소개한다.

나는 여행을 다니며 한 번쯤 봤던 건물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처음 마주한 것들이었다. 어디 출장이나 단기 여행 때 제대로 보겠는가, 그냥 훑듯 스치기 마련. 책은 그런 나의 아쉬움을 일시에 해소해 준다.

두 저자는 능준한 필치와 세련된 그림으로 벽돌과 모르타르 또는 콘크리트를 넘어 건물을 한결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 평면도, 횡단면, 내부도와 조감도 등을 활용해 축조 과정의 기술적 특성, 건축 의도 그리고 안팎의 구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서술하는 모든 건축물은 많은 다른 예술 작품들과 같이, 잠깐 힐끗 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여러 번 볼수록 지금까지 인식할 수 없었던 측면들도 바라볼 수 있으며, 또한 사회적 가치 및 건축가들의 업적을 통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 주코프스키의 서문에서

 

맨 먼저 등장하는 콜로세움을 보자. 서기 64년 로마의 대화재 이후에 만들어진 콜로세움은 검투사 경기 및 사자와의 대결, 고전 드라마 상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도시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였다.

책에 따르면 콜로세움이 적층 아치 구조 덕분에 12층 건물높이인 57미터까지 지어질 수 있었다. 87천 명의 관중이 76개에 이르는 입구를 통해 드나들었다. 등급별로 좌석을 구분했으며, 대리석으로 덮인 최상위 좌석에는 쿠션도 휴대용 쿠션도 제공되었다. 그 다음에는 벤치형 좌석, 맨 꼭대기 층에는 노예와 여성을 위한 입석으로 설계되었다.

 

콜로세움

 

 콜로세움의 일러스트

 

특이한 것은 주요 구조물의 대부분은 벽돌, 화성암,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이중 콘크리트는 19세기 포틀랜드 시멘트보다 내구성이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사용된 대리석은 로마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티볼리에서 채석되어 운반되었다. 이를 위한 전용도로까지 만들었다. 쌍용차 티볼리는 이 도시 이름에서 유래됐다.

검투사들은 지상 경기장 바로 아래에 마련된 수용소에서 생활했으며, 사자 등은 지하 2층의 32개 우리에서 기계로 작동되는 도르래를 이용하여 경기장으로 들어올렸다. 이렇듯 책은 건축물에 대한 세부 사항은 물론 역사적, 지리적 맥락을 보태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까지 아우르게 해준다.

50개 건축물 중 비록 우리나라 것은 소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인도와 방글라데시 두 나라의 국회의사당, 앙코르와트와 타지마할 그리고 일본의 나카긴 캡슐 타워와 금각사 등 6개가 소개돼 있다.

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이 세계 건축사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몹시 궁금했다. 인도 국회의사당의 경우 건축을 맡은 르 코르뷔지에는 일찍이 UN 의회장 설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주코프스키는 인도 의사당이 UN 의회장의 개념적 모델을 본 따 설계되었다고 평한다.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 일러스트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의 특이점은 소크연구소로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이 설계했다는 것이다. 호수 위에 세워진 의사당은 시타델 빌딩이라고 불리는 요새 같은 모습이다. 의사당 건물은 8개의 매스로 둘러싸여 있는데, 기하학적 관입을 통해 자연 채광을 조정하였다.

류현진 선수가 팀을 옮긴 토론토의 명물 앱솔루트 타워도 볼만하다. 얼마 전 처제가 디자인 수업을 위해 1년간 공부하고 오기도 했다. 토론토는 IT 중심지요, LGBTQ의 천국이다. 베니스 도제 궁전 편을 보면, 궁전과 법원·교도소 이어지는 석회암 다리는 탄식의 다리로 불린다. 이 다리를 통해 법원과 교도소로 건너가는 죄수들의 한숨 때문이란다.

 

앱솔루트 타워

 

 앱솔루트 타워 일러스트

 

한편 한국 건축학에 영향을 미친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스승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의 건축물도 살펴볼 수 있다. 이외 낙수장으로 유명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핀란드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 불리는 빌라 마이레아를 비교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도쿄에 있는 나카긴 캡슐 타워는 혼족 시대에 걸맞는 건축이 아닐까.

 

루이스 바라간 하우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

 

 

빌라 마이레아

 

나카긴 캡슐 타워

 

개인적으로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년 전 빌바오에 잠깐 들렀을 때 구겐하임 미술관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마음을 달래보지만, 어디 실물만 할까. 언젠가 꼭 찾아보리라 다짐해 본다.

 

번역은 한아도시연구소 고세범 박사가 맡아 매끄럽게 읽힌다. 건축과 미학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을 반길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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