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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인문학 - 인문학에서 발견한 기획의 인사이트
홍경수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홍경수 전
PD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다.
방송국에서도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여러 번 대박을 쳤다.
그는 1995년
KBS
에 입사해서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
〈이소라의
프로포즈〉,
〈다큐멘터리
3일〉,
〈TV
책을
말하다〉
등을
만들었고,
〈낭독의
발견〉,
〈단박인터뷰〉를 처음
기획했다.
현재 저자는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독일 뮌헨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유럽의 다양한 기획 사례를 공부했다.
저서로는
《확장하는
PD와의
대화》,
《예능PD와의
대화》
등이
있고,
《어원은
인문학이다》를
번역했다.
그는 종종 일본
TV프로그램과 잡지를 통해
기획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상의 이력을 염두에 두고 책을 펼치면 저자가 ‘기획의
인문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저자는
15년 동안 방송 현장에서
기획을 한 경험과 9년 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의 토대가 되는 인문학을 정리했다.
책은 ‘기획의
인문학’을 위해
천·지·인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기획의 3요소,
창의력에 대한
논의,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철학,
볼터와 그루신의 재매개
이론,
말의 뿌리를 통해
기획하는 의미론과 어원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가와키타 지로의
KJ법,
마츠오카 세이고의
편집론,
디자인씽킹과
에스노그라피(현지
조사)
등 동서고금의 지혜들을 파헤친다.
이때 아쉬운 대목이 있다. 책에 ‘기획’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저자는 기획은
세상의 촉각(외부탐험)과 기획자의
촉각(내부탐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고 말한다.
이는 기획의 정의가
아니라 기획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말한다.
인문학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정의는
명확히 나와 있다.
“사람이 남긴 삶의
무늬를 연구하는 학문”(18쪽)이다.
여기서
‘기획의
인문학’의 정의는 약간
모호하다,
이와 관련된 함의를
살펴보면 “삶의 무늬인 인문학과
유사어라 할 수 있는 교양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다”(18쪽)는
정도다.
이렇듯 기획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으면,
‘좋은
기획’이나
‘멋진
기획’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본문의 흐름을
통해 ‘좋은(또는
멋진)
기획’이란 킬러 프로그램이나
대박 프로그램을 터트리는 기획 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독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숱하게 나와 있는 기획에 관한 또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정말
‘좋은(또는
멋진)
기획’을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오히려 나는 저자에게 제안하고 싶다.
저자가
15년 동안 만들었던
음악프로그램이나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시시콜콜히 들려준다면 어떨까?
독자들은 성장 배경이나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다.
자신이 상황에 맞게 책 내용을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TV프로그램’
기획에 관한 특화된
내용을 전문적으로 담았다면 그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지 않았을까.
나는 이 책의 장점을 두 가지 들고 싶다.
하나는 다양한
에스노그라피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레이 데이비스의
움프쿠아 은행,
일본의 마이센
돈가스,
데시마
미술관,
음식에 잡지가 따라붙는
〈먹는통신〉
등은 배울 것이
많았다.
다른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설득을 위한 종합적인 기획 및 구성에 관한 체계라는 것을 세련된 톤으로 보여준다.
어디, 맥루한이 말한 방식으로 끝맺어볼까?
모든 기획의 분석은 또
하나의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