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마이클 스콧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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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워릭대 교수(서양고전학·고대사)이자 BBC 역사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기원전후 천년(BC 508~AD 415)이 “세계 의식이 출현한 시대”이자 “우리가 처한 상황과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①기원전 6세기말, ②기원전 3세기말, 그리고 ③기원후 4세기초라는 세 시기를 고대사의 분기점이라고 말한다. 이 무렵 “지중해에서 중국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으며, 각각의 시기가 "고대 세계의 연결이 강화되는 각 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기원전 6세기말은 로마와 그리스에서 새로운 정치체제가 마련된 시기였다. 기원전 508~510년 로마는 군주제에서 공화정을 시도했고, 그리스는 참주정을 무너뜨렸다. 이후 로마는 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방대한 영토와 속주를 거느리며 대제국으로 발돋움했다. 로마가 남긴 방대한 유산은 오늘날 서양의 정치·사회와 문화에 수많은 원형으로 남았다.

기원전 3세기말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제가 활약하던 시기였다. 기원전 327년 대제는 인도의 인더스 강 유역까지 진출하면서 그리스에서부터 이집트, 소아시아와 페르시아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를 정복했다. 이후 3백여 년간 그리스와 오리엔트의 결합, 헬레니즘의 시대를 열었다.

기원후 4세기초는 종교와 관련된 것이었다. 기원후 313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와 동방의 지도자 미키니우스는 밀라노에서 만나 밀라노 칙령을 발표했다. 이때 서양과 동양이 종교적으로 연결되었고, 인간 대 신의 관계가 새롭게 설정됐다.

흥미로운 점은 세 분기점을 전후로 동서양의 역사가 비슷한 경로로 전개되었다는 저자의 착안이다. 가령 기원전 3세기말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 원정에 나섰는가 하면,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5세, 셀레우코스의 안티오코스 3세,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4세와 중국의 진시황 모두 제국을 넓히는 데 골몰했다.

 

한무제 시기 영토 확장과 주변 형세. 한무제는 흉노를 여러 차례 정벌하는 한편, 준마(駿馬)를 구하기 위해 서역 대완까지 수 만의 대군을 보내기도 했다. 한 무제의 서역 정벌은 서양과의 교류를 트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무제의 정복 전쟁 덕분에 변방 유목민들이 중국 서쪽으로 밀려나면서 동서양의 역사가 만나게 된다. 중앙아시아를 두고 여러 제국들이 각축전을 벌이면서 민족대이동이 일어났을 뿐 아니라,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가 출현했다. 실크로드와 민족대이동은 불교가 중국과 중앙아시아에 널리 전파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바야흐로 4차 혁명의 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통합되는 시대다. 저자는 천 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고대사 영역에서 연결하고 통합되는 지점을 포착한다. 여기에는 끊임없는 정복 전쟁, 다양한 정치·사회 체제 도입, 그리고 종교의 발흥과 전파가 함께 했다. 이처럼 저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 등을 '지구사'의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우리가 3천 년 전 춘추전국 시대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탐하듯, 서양의 고대사에 대한 이해 역시 큰 의의를 지닌다. 더욱이 "고대 세계의 경계를 유라시아로 확장하는" 지적 여행은 수없는 인사이트를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 AI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시대가 올지언정 인간의 존재와 인간성에 관한 성찰은 여전히 중요하겠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을 두고 "흘러간 과거의 정치와 문화는 물론이고 우리 시대의 제도와 사상, 환상을 형성한 고대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고 추천했다. 뭔가 상호 통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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