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름이 좋다.
여름에 태어나서인가...추운게 싫어서 그런가...하여튼 여름이 좋다.
7월이 되면 가슴이 뛴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하면서 이육사의 청포도가 생각나고, 뒤이어 8월이 따라와서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다.
아니...그렇게 좋았었다.
둘째가 잘못되고 나서는 7월은 내게 묘하게 다가온다.
좋기도 하면서...나도 모르게 슬며시 왔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한다.
그래서 7월이 다가오기 전엔 꼭 아프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참 이상하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우리 어머니들이 산후조리 잘못하면 애 낳은 달에 꼭 아프다고 하듯이...7월이 오기 전에 마음의 홍역을
앓곤 한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려 7월 1일인지, 3일이었는지 날짜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희미해지고 탈색되기를 바라는 기억이기에 의도적으로 더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그 아픔이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일깨워준 일이었다.
이제 하나님을 믿은 지 2년이 지난다.
더 오래 전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조차도 내가 그 일에 얽매여 있다는걸 눈치 못 채게 살아왔음에
도 불구하고...첫 예배에서 뚜렷이 되살아나는 기억과 내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알았기에... 나는 깨졌다.
내 삶의 키를 돌렸다,
사람들은 내게 밝다고 말한다.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면... 나도 무심하게 대답하곤 했다, 남의 일 이야기하듯이.
하지만 아직도 나는 옛 기억 속에 아프다.
주의 은혜라 생각해도 가슴은...아프다.
감우성과 손예진이 나오는 드라마 <연애시대>를 우연히 보았다가 비슷한 이야기에 계속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말할 것이다.
이야기를 꾸미려니깐 일부러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군, 죽은 아이 곁에 있었다고 말하면 이혼하지 않았을텐
데.. 왜 말하지 않고 저렇게까지 되었을까 , 서로 위로해주지 하면서...
나는 두 주인공의 마음을 잘 안다. 금기 사항처럼 서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게 되는 어쩔 수 없
음을...
기억은 되살아나 한참을 울게 만들었다.
이미 5년 전의 일이다. 앞으로 한 해가 더 가고 또 한 해가 더 가고, 십 년이 가면...
그 때쯤은 마음의 감기 없이 7월을 맞이할 수 있을까.
홍역처럼 앓다가 이제는 감기가 되었듯이 조금씩 옅어져 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여전히 7월과 8월이 좋은 것을 보면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