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9일
어제는 날이 어두워서인가 잠결에 남편 나가길래 그냥 자자 하고 잔 것이 8시 20분이 되도록 잤다. 헉...보통 8시 15분에 학교에 가는 아이를 깨워 부랴부랴 내보내고 커피 한 잔 타서 서재질 좀 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이번에 이사하신 집사님 댁에서 여름 성경 학교 의논도 할겸 밥도 먹자고 10시 반까지 모이랜다. 얼른 준비하고 빗속을 추적추적 걸어 갔다. 걸어서 25분. 뚜벅이의 비애다.
의논도 하고, 프로그램도 바꾸고, 일정도 하나하나 체크하고, 간간이 삼천포로 빠지고, 밥도 먹고...집에 오니 4시다. 머리 쓰는 일은 쓸 때는 모르는데 쓰고 나면 무지 피곤하다. 성경학교 끝날 때까지는 계속 이렇게 정신이 없을 것 같다.
벌써 3주째 열은 없는데 간간이 기침이 나오면서 가래가 자꾸 생긴다.
목이 완전히 맛이 갔다.
잠기거나, 쉬거나, 갈라지거나...나는 괜찮은데 남들은 많이 아프냐고 걱정하고
내 목소리에 괴로워한다 ㅋㅋ
좀 나아볼 참으로 아이가 먹던 기침 시럽을 한 숟갈 먹고는 소파에 누웠다.
잠이 쏟아졌는데....아이 알림장을 보니 환경 일기와 독서인증제 시험 준비를 하란다. 독서인증제 시험이라.....독후감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시험도 본댄다. 거 참...정말 책 재미없게 읽게 만든다.
탱자탱자 놀고 있는 아이를 재촉해 일기를 쓰라고 하고, 쌀을 푸고 나오다가 열린 문에 얼굴을 박았다.
몸은 미처 안나왔는데, 무의식적으로 한 손으로 문을 닫고 있다가 모서리에 그대로 박은 것이다.
눈물이 쏘옥 나왔다. 코뼈 부러진 줄 알았다.
어찌어찌 밥을 해서 먹고 몸은 완전히 방전된 채 아이를 보니 9시가 넘었는데
시험 준비는 고사하고 아직도 환경일기를 쓰고 있었다.
마귀할멈+ 성난 코뿔소+ 째려보는 가자미 + 독오른 코브라가 되어 아이에게 막
소리질렀다,
눈물 뚝뚝 흘리는데 하나도 안 불쌍했다.
씩씩거리며 소파에 앉아 있는데....내가 한심했다.
나는 왜일까...왜 일을 보면 항상 이렇게 올인해 버리고 나가떨어질까...결국 아이 혼자 내 하루의 수고와 짜증의 동네북이 된 것이다.
오늘까지 들락날락하며 주일에 있을 유년부 모임 준비를 끝냈다.
되었다. 내일 모레까지는 가족에게 집중해야지...
p.s. 오늘 일어나보니 코뼈 안 부러졌다. 그런데 만지면 아프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