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간만에 정말 재밌는 영화 한 편 보았다. 2005년 하반기에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 가장 좋은 작품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겠다. (참고로 두번째로 좋은 작품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다.) 내용과 화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은 얼마나 나기 어려운가!

  <웰컴 투 동막골>, <형사>같은 작품은 현대적인 분위기와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로 화면을 가득 메워 '색깔'이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던 반면, <왕의 남자>는 모든 색채가 스크린 한 장에 조용하게 녹아들어 한 장면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 <형사> 두 작품을 보면서 옛날을 배경으로 찍어도 채도가 높은 색채로 찍는 게 트렌드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왕의 남자>에서는 그런 느낌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화려함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채도가 높은 색상에 안개를 덧입힌 듯한 느낌의 색상을 사용해 화려함은 유지하면서도 색깔이 튀어나오는 감을 줄여주어 서로 어울리도록 하고 있었다.

  또 내용면에서 <왕의 남자>는 광대와 궁중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잘 이용해 2시간을 한 순간간도 지루함이 없이 이끌어갔다. 특히 끝을 어떻게 맺을지가 궁금했는데 적절한 선에서 결말을 냄으로써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를 지은 것이 내용 구성에 큰 플러스요인이 되어주었다. 이 내용을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장생'역의 감우성의 연기를 필두로 '육갑'의 유해진, '칠득' 정석용, '팔복' 이승훈의 연기가 분위기를 살리는 데 가장 큰 몫을 했다. 뿐만 아니라 '장녹수'역의 강성연, '연산군' 정진영, '공길'역의 이준기 역시 약간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더해져서, <왕의 남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2005년 하반기를 장식하는 최고의 영화로 거듭나게 되었다. 혹시 제목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영화관에 한 판 크게 "놀러" 갔다 와 보라. 그들의 판은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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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2005-12-3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어제 봤는데 참 재밌게 봤어요.

놀자 2005-12-3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음주에나 되서야 볼 수 있을듯...다들 평이 좋네요~ 기대기대+_+

明卵 2006-01-0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또 봤습니다^^ 한가지에 빠지면 헤어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지금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되고 있어요.

어룸 2006-01-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보고싶은데 두번씩이나 보셨다니 느무 부럽심당!! 저도 꼬옥...>.<

明卵 2006-01-0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옥>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