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명란은 1989년 3월 20일,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매우 원초적인 사명을 띠고 이 지구에 태어났다. 이는 나의 역사에 첫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라 하겠다. 이 위대한 나의 이름은 마음 가는대로 지을만한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므로 온 가족, 친지들이 의논한 끝에 스님을 찾아가야 했다. 스님은 나의 생년월일시를 보고 나를 큰 운을 타고 난 아이라 하였으매 그를 '명란'이라 칭하라 하였다. 명란, 밝은 알이라는 뜻이다. 잘나다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생명 시작의 보금자리로 삼은 곳이 어디인가? 하늘을 훨훨 나는 조류의 대부분이 그 날개를 펼치기 전 시작점으로 삼는 곳이 어디인가? 내 이름 석자 끝에 자리잡은 그 '알'이 아닌가. 이 이름때문에 명란젓갈을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죄책감에 휩싸이기는 하지만 매우 마음에 든다.

  이토록 거창한 인생의 시작을 한 나는 총명한 아이로 자랐다. 다만 세 살 때는 아빠 친구 딸과 싸우다 집밖에 내던져졌고, 네 살 때는 동생의 탄생에 그를 시기하고, 다섯 살 때는 백화점에서 갖고싶은 원피스를 들고 도망쳤으며, 나이 여섯이 되어서는 어린이집 계단에서 당당하게 뛰어내려 쌍코피가 터지는 등, 총명함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 같은 사소한 사건들과 함께하였다....


  우주님의 자서전 쓰기 페이퍼를 보고, 국사 시간에 썼던 '나의 역사'가 생각났다. 이걸 2년 연속 했었는데, 2학년 때는 대충 쓰고 3학년 때는 열심히 썼었다. 3학년 때 국사 공책은 학교에 있어서 모르겠는데, 2학년 때 쓴 건 대충 저런 식이다. (오만이 컨셉이었다.-_-) 음... 꽤 재밌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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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5-08-1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명함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 같은 사소한 사건들이 재미있는데요... 더 열심히 썼다는 3학년의 나의 역사도 기대되네요..

明卵 2005-08-1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에 더 있는데, '컨셉'때문에 민망해서 못 올리겠어요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