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의 정치 : 이제 소수를 위하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4
이남석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게시판에 붙어있는 16권의 권장도서 목록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이 책, '차이의 정치―이제 소수를 위하여'였다. 그리고 나는 다른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 2년 간 내가 느낀 지식에의 욕구는 대부분 성적 소수자라는 동성애자에 쏠려있었으므로, '소수'라는 단어가 너무도 친숙했던 것이다. 이렇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친숙함.

  그런데 나는 '차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단지 친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집어든 것 치고, 나는 이 책을 그다지 쉽게 읽지 못했다. 단어나 문장 구조가 어려워서 이해가 힘든 점도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넘겼던 일상의 작은 부분들부터 조금씩, 조금씩 건드려오는 기분이 묘하게 거슬렸던 것이다. 내가 그냥 지나친 일들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고, 고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꽤나 충격이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충격이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넓다는 데 대한 안도감과 희열로 다가왔다는 것일 것이다.

  과연, 차이의 정치는 실현 가능할까? '차이'와 '정치'가 온전히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책을 읽은 후에도 변함이 없다. 게다가, 이 점에 있어서는 저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그는, "다양성을 진리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차이의 본질적 가치, 즉 타자성의 내재적 가치를 승인할 수 있는 정의의 원리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하며 새로운 정의론을 모색할 때라는 주장을 편다. '그러니까 그런 정의의 원리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묻는다면 할말이 없어질 정도로 낭만적인 말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이론이 있을 때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느새 습관처럼 되었을 정도로, 이상은 인간을 너무 선하게만 보거나, 세상을 너무 도덕적으로 보는 우를 쉽게 범한다. 나는 늘 그 차이와, 그로 인한 비판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 차이가 두려워서 꿈같은 이상일지언정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면, 우습게도, 세상은 어떻게도 발전하지 못하고, 고인 물이 썩어가듯 쇠퇴하기만 했을 것이다. 힘든 상황을 피할 수는 있지만, 피하면 어떤 것도 이루어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금 상황에서 차이의 정치와 새로운 정의론의 이상이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더욱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만 더 차이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런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만 있다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고, 또 그것이 나아지고, 나아져서, 궁극적으로 차이의 정치에 보다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소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막연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하고 산다. 얼마만큼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어떤 행동을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하는가 조차 잘 모르는 상태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차이에 대해, 소수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 사이에서 '차이'를 바라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곳에서, 이상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곳에서 차이를 바라보니, 이것은 어떻게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얽혀있는 실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고, 벌써부터 지치는 감도 든다. 그러나 나는 내가 예전보다 한 발짝 더 나갔으며, 내가, 세상도 그렇게 되도록 만들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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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5-07-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제용인데다가 후딱 썼더니, 다시 읽으니 민망하였지요ㅎㅎ;
그러셨군요, 따우님^ㅂ^ 아, 오랜만이어요!

明卵 2005-07-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꺅~!!

어룸 2005-07-0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와락와락와락!!!(느낌표 두개 더 썼음~쿠쿠쿠~ 제가 이겼죠, 새벽별님? 우히히힛~ 네? 타이밍에서 패배라굽쇼?? 흐윽...ㅠ.ㅠ 넘 늦게 온게야...흑...)

明卵 2005-07-10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투풀님~~!!>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