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라기보다도 '전투'에 서려있는 광기가 굉장히 자세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나로서는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시뻘겋게 뿜어져나오는 피, 눈앞을 가리는 모래바람, 전장(자막에 계속 '전장터'라고 나오는데, 그런 말은 없다.)을 휘감는 비명소리는 정말 끔찍했다. 게다가 더럽게 오래 나왔다. 아,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찍는데 엄청난 고생을 했을 것 같아 그점을 존중하는 의미로 눈 한 번 안 감고 봤다.

  영화에서 가장 충격이었던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앞에 말한 전투장면을 꼽겠지만, 가장 거슬리는 것은 노출 수위였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적어도 몸의 50% 이상은 가리고 할 얘기를 꼭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해야겠냔 말이다. 당시엔 그랬다, 라고 하면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나는 입 다물어야겠지만, 나에게는 매우 거슬렸다.

  이렇게나 내 신경을 건드리는 이 영화, <알렉산더>가 끝난 직후에는 그저 '뭐지, 대체 뭐였지'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스케일은 컸으나 스토리에 극적 요소가 적어 지루했다. 이는 역도산을 떠올리게 했는데, 이로써 삶은 드라마가 아니라는 게 좀 더 확실해진다. 게다가, 내용 전개가 지루하니 안 그래도 충격적인 장면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까지 했다. "정말 구질구질한 삶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러 신화를 섞어서 알렉산더라는 인물의 삶을 그려낸 것은 놀라웠다. 알렉산더의 방식에 동기를 부여하고 역사의 흐름에 필연성을 섞은 그 구성은 섬뜩함마저 느끼게 했다. 또한, 알렉산더의 생명의 불씨가 꺼져갈 때를 표현한 두 장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뱀의 여인 올림피아에 꼭 맞는 이미지를 표현한(건지 그냥 타고난 건진 모르겠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도 볼만했다.

  영화를 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참 이상도 하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림자를 두려워 마라", "두려움을 정복하라"는 그의 목소리가 울려온다. 영웅은 고독하고, 위업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말하고 있음에도, 결말은 그가 '위대한 알렉산더 대왕'이었다는 것이기에, 마지막 순간 드라마가 절정에 다다르기 때문일까.

짜투리 :
1. 콜린 파렐은 머리가 좀 더 짧은 편이 낫다. 금발보다는 원래 머리색이 낫고.
2. 헤파이션(헤파이스티온?)으로 나온 자레드 레토. 아이라인을 진하게 넣은 것은 나름대로 '여성성'을 표현하려 한 것일까? '매우 남자다운' 두 사람이 '너무 찐한' 우정을 나누면 못 견딜까봐?
3. 카산더 역으로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가 나왔다는데, 나는 전혀 눈치를 못 챘다.


▲알렉산더, 첫번째 위기 - 색깔이 좋았다. 그런데, 왜인지 '일본'이 생각났다.


▲ 이렇게 두둥스러울 수가^^;; 정말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가 있잖은가! (왼쪽에서 두번째) 왜 몰라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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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1-0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콜린파렐의 금발엔 할말이...ㅠ.ㅠ

ㅋㅋㅋ자레드레토는 원래 아이라인이 저래요!!! 부담스럽게시리....^^;;;;;;;;;;;

明卵 2005-01-0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발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헤어스타일도 정말 안 어울렸어요ㅜㅜ 당신은 머리를 깎아 주어야 해...

자레드 레토, 원래 그렇단 말입니까! 좀 압박스러웠어요; (전에 출연한 게 뭐가 있나.. 찾아봤더니 전 처음 보는 사람이구만요. 이름이 제어드 레토라고 되어있네요. 흠; 자레드 레토라고 다들 부르는 것 같던데;;)

어룸 2005-01-0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퀴엠'에 주연급으로 나왔고 '패닉룸'이랑 여기저기 많이 나왔어요, 유명한 여자연예인이랑 염문설도 있었는데 누군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a

明卵 2005-01-0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그렇군요^^

키노 2005-01-0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알렉산더를 보지 못했는데.좋겠습니다^^ 무척 궁금하군요..내추럴 본 킬러스와 같은 폭력성을 보여주는 모양이네요...과다한 폭력을 통한 폭력에 대한 거부감 이게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아닐런지요 ㅎㅎㅎㅎ 아니면 라구^^;;

明卵 2005-01-0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추럴 본 킬러스를 안 봐서 비교는 안 되지만, 알렉산더에서의 전투장면은 굉장하더군요. 과다한 폭력을 통한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라.. 그런걸까요? 키노님이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