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토요일, 우리 학교의 많은 특별활동부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을 단체관람했었다. (우리 부는 LG과학관에 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들은 입을 모았다. 재미없고, 졸리기까지 한다고. 그 중 한 명은 <물랑루즈>에서 재미만 뺀 것 같았다는 명언도 남겼다. 그래서 그 날 나는 시간 때울 영화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를 골랐었다. 그것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내가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려고 새벽같이 롯데시네마에 나들이를 갔더니만, <하울~>은 전회 매진이었다. 다른 게 뭐가 있나 살펴봤더니 표가 좀 여유있게 남아있다 싶으면 볼 마음이 안 생겼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영화가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친구들의 악평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게으른 내가 아침에서면까지 가서 아무 것도 안 보고 돌아올 순 없지. (게다가 나 혼자도 아니고.) 표를 끊었다.
아, 누구였던가, 이 영화가 졸린다고 한 게! 졸리기는커녕,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인데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듯 아쉬웠다. 현란한 화면과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아 시간의 흐름을 늦춘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이 영화 최대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의 흐름을 늦춘 요소가 '오페라의 유령'의 이야기가 아닌 화면과 음악이라는 것은 이 영화 최대의 약점이기도 했다.
나오면서 <물랑루즈>를 영화관에서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Roxanne의 탱고 장면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을 텐데.
(잠이 와서 더 이상 생각하기 싫으므로 대충 정리하고 끝을 맺는다. 결론은 재밌게 봤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였던 가면 무도회Masquer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