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이름 모를 전같은 게 나왔는데,

처음에는 하나 정도 양으로(전이 말이 전이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 측량이 불가능하다) 주다가 

예상외로 많이 남아서 뒤에는 한 개 반 정도씩 주더라.

그랬더니 지혜가 길길이 뛰면서 배식당번에게 따졌다.

"야- 왜 얘네들은 이렇게 많이 주는데, 씨... 나도 더 내놔!!"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이니, 정말.

당번은 어쩔 줄을 모르고 지혜는 계속 욕을 늘어놓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언젠 그런 거 신경이나 썼다고. 매번 새치기해서 먼저 받으면서 뭘 그래?"

"불공평하잖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보통 앞에 받는 애들이 많이 받아가잖아, 너무 많이 받아가서 다 남길만큼. 새치기 하면서까지 많이, 빨리 먹으려는 꼴불견을 항상 뒤에서 받는 애들은 참아줬는데 고작 전 좀 더 받는 것도 못 봐주냐?"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그리고 배식당번이 무슨 기계가? 저 꼬라지를 한 전을 어떻게 똑같이 나눠 줘. 어차피 남은 애들 많이 줘도 남게 돼 있잖아. 유림이가 니 거 더 받아 올거고."

"알았어, 그래. 니 잘났다!"

힘없는 배식당번이 너무 안쓰러워서 몇 마디 했는데, 지혜, 아주 팩 토라졌다.

정말 왜 그럴까나.

발랄한 건 좋다만 좀 힘있는 그룹에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구는 꼴은 아주 역겹다.

물론 원래 똑같이 나눠주는 게 맞으니까 내 말도 허점이 있기는 있다만

지금까지 자기가 어떻게 해 왔는지를 생각하면 한번쯤 역전되는 것도 그리 나쁠 거 없잖아?

더군다나 자기가 못 받은 것도 아니고...

점심시간에 학생들은 다 똑같이 배가 고프다.

종이 치면 교실의 반정도가 일제히 달려나가 줄을 서는데,

그건 말하자면 중간에라도 받아보겠다는 몸부림이지 결코 처음 받겠다는 게 아니다.

느긋하게 나가서 당연하다는 듯 이미 만들어 진 줄을 밀어내고 앞에 서는 아이들, 처음 받는 건 절대적으로 그 애들이다.

급식 많이 받아먹는 데 생각이 없는... 아니, 조금 더 앞에 서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딱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천천히 걸어나와 뒤에 선다.

이렇게, 딱히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줄은 항상 거의 일정한 구조를 하게 된다.

앞에 선 아이들은 줄 서는 데에는 목숨 안 걸지만 밥 받는 데는 목숨을 건다.

얼마나 억척스러운지 하는 수없이 다 퍼주고 나면 중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뒤에 선 아이들은 양이 턱없이 적다.

그러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배식당번도 신경질을 부리고, 아주 난장판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먼저 받은 아이들은 '더는 못 먹겠어'하며 남은 음식을 그냥 버린다.

거참...

교실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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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3-12-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역시 사람들은 사소한거 가지고 싸우죠. 저도 밥먹을 때 급식소를 이용하는데, 거길 이용하는 최연령층이라고 할 수 있죠 전. 다들 공무원이시니. 근데 웃긴건, 나이좀 되는 사람이 앞에 젊은 애하나 있으면 슬쩍슬쩍 끼어 든다는 거죠.아주 전형적인 수법으로, 앞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슬쩍 끼어들기. 전 그 때 그냥 씨익 웃습니다.냉소적으로 웃는단 말이죠. 그 때 저를 보는 이들은 보통 다시 자기 자리로 가더군요. 그나마 가는 분들은 생각이 있는 것이고 생각이 있다는 건 부끄럽다는 것을 아는 거죠. 물론 웃거나 말거나 쳐다보거나 말거나 배째파들도 수두룩 하지만, 얼마나, 먹고 싶을까, 불쌍해서 그냥 잠자코 있습니다.-_-

그리고 어찌 그리 다들 밥을 빨리 먹고 싶어 하는지 반찬 뜨거나 밥을 뜰때(저흰 직접 퍼갑니다.) 뒤에서 얼마나 밀어 제치는지, 보통 그 밀림에 못이겨 바바박 밀려 가던데, 전 그냥 허리 꼿꼿이 세우고 뒤에서 밀면 그냥 그자리에 서있죠. 다들 배고픈거 알고 밥을 먹어야 한다는거 아는데, 그렇게 못이겨 허덕거리는 꼴은 차마 못 보겠더군요. 제가 서 있는 줄이나마 최소한의 정신은 차리라는 차원에서. 아주 단순하게, 어쩔때는 무식하게..

明卵 2003-12-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인 거로군요.
그런 일이 계속되면 전 정말 배신감 느낄 것 같아요. 아, 짜증나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