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정말 아무 생각없이 검색사이트에서 '홍석천'을 검색했다. 왜 갑자기 그 이름이 튀어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스크롤바를 내리던 나는 깜짝 놀랐다. 저서? 홍석천이 책을 썼단 말인가! 그게 바로 <나는 아직도 금지된 사랑에 가슴 설렌다>였다. 판매처 0곳, 이미 절판이었다. 못 읽는 걸까, 하고 아쉬워했는데 의외로 중고서적 판매사이트를 통해 쉽게 구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뭔가 큰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읽은 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내가 원한 게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홍석천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커밍 아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그렇기 때문에 그 무게를 짊어져야만 했던 남자. 그냥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목적을 대충 달성했다. 걸러지고 잘려나갔겠지만, 어쨌든 그의 사랑에 물들었던 2년에 대해 읽었으므로. 그래서 만족한다.

홍석천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올까? 그리고 둘은 행복할 수 있을까?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두가지 다 'YES'라는 대답이길 바란다. 내가 바라는 건 이것 뿐이다.

  예상대로 난 오디션에 합격했다. 이젠 배역 오디션이 남아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배역을 써서 내기만 하면 되었다. 사람들은 겹치거나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1지망 2지망 3지망까지 배역을 써 냈지만 난 '폴'이란 글자만 세 번 써 냈다. 작품에 유일한 게이 역할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상대로 게이 '폴'의 역할을 따 냈다. 폴의 대사 중에는 자신이 게이임을 극중 연출자에게 고백하는 독백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그 속에 담겨 있었다.
  처음으로 대본 연습을 하는 날이었다. 내 차례가 와서 대사를 읽으려 하는데, 왈칵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을 찡그려 가며 눈 속에 고여 있는 눈물을 빼냈다. 하지만 눈물은 계속 차고 올라왔다. 하는 수 없이 울면서 대사를 읽었다. 사람들이 모두 숨죽여 듣고 있었다. 눈물 때문에 목이 메어 더 이상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눈물을 닦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엄숙했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여자 배우들이 따라 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헤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나의 대사를 끝으로 연습은 중단되었다.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이 무대 위에서 네가 가져야 하는 그 느낌이다. 그걸 잊지 말아라."
  감독님도 한마디 하셨다. 하지만 나는 눈물이 멈추게 하는 방법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폴처럼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응어리를 지고 사는 게이다. 이제 그 짐을 풀어놓고 싶은데, 그 짐을 풀어놓을 자리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이다. 너무 힘들고, 너무 서러워. 그래서 이렇게 그 짐을 진 채, 말 못하는 눈물만 흘리는 것이다. (244~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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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10-1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 시험은 잘 끝났어요??
모처럼 여유있게 쉬는 중인가요?
그래도... 또 다시 월요일이니.. 너무 늦게까지 알라딘에 계시지 마세요.. ^^

明卵 2004-10-1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은 정말... '거지같이' 끝났지만^^;; (으하하..)
모처럼 여유있게 쉬는 중인 건 맞아요~ 저, 이틀 연속으로 책 한 권씩 읽은 거 너무 오랜만인 거 같아요^^ 무지 행복하답니다.
넵, 내일을 생각하면서, 잠시만 더 있겠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