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싹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당의 생활을 바랐던 철장 속의 닭, 잎싹의 이야기.

잎싹은 철장 속에서 알을 낳으며, 밖을 내다 보느라 목의 깃털이 다 빠질 때까지 마당으로 나가길 바랐다. 그리고 그 소망 때문에 병들다, 결국 폐계가 되어 소망대로 밖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바깥 세상은 상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아 족제비의 먹이가 될 뻔도 했고, 외톨이 나그네,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운명적인 생존 이후로 잎싹은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마당에서의 따돌림, 나그네의 죽음, 난생 처음 품어본 알에서 나온 오리 아가, 시시때때로 목을 죄어오는 족제비의 위협…….

이런 일들을 통해, <마당을 나온 암탉>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름답다. 그저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사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두 종류의 닭이 나온다. 마당을 나온 닭과, 마당 속의 닭. 이 두 닭에는 차이점이 있다. 마당을 나온 닭은 처음에 철장을 나오고자 한 닭이었지만, 결국 '마당을 나온 암탉'이 되었고, 그에 반해 마당 속의 닭은 처음에는 자유로워 보이는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못하고 '마당 속의 닭'으로만 남았다는 것.

우물 속에서는 동그란 하늘만이 아름다우나, 밖에 나오면 그 하늘은 그저 하늘 조각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읽는 동안 주욱, 족제비가 신경쓰였다. 마치 나쁜 놈인 것처럼 묘사되는 족제비도 살아야 하는데, 잎싹이 벌레를 먹고 살듯, 족제비도 살아있는 동물을 먹어야 사는데, 그런 족제비를 어떻게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주인공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해서? 속으로 족제비를 측은하게 느끼고 있던 나는 곧 마음이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족제비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것을. 결국 족제비는 마지막에 고달픈 어미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어떤 동물에게도 모순이란 없다. 그들은 먹고 살만한데 남을 짓밟는 짓은 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진지하게 쓰려고 했는데... 이틀째 끙끙대다가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대충 읽으면서 메모해놓은 것들만 죽- 적어봤음. 아, 영영 진지한 글을 못 쓰게 된 건 아니겠지... 정말 좋은 책이었다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무도 너를 원하지 않아!" (44쪽, 마당의 수탉이 잎싹에게)

"우리는 다르게 생겨서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어. 나는 너를 존경해." (81쪽, 나그네가 잎싹에게)

"마당으로 가자고?"
"어차피 나는 오리인 걸. 괙괙거릴 수밖에 없어."
"그게 뭐 어떠니. 서로 다르게 생겼어도 사랑할 수 있어.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잎싹은 오래전에 청둥오리가 했던 말을 들려주었다. 잎싹은 그 말을 이해했기 때문에 초록머리도 알아듣기를 바랬다. (136쪽, 잎싹이 알을 품어서 나온 초록머리에게 잎싹이)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152쪽, 마당에서 호되게 당하고 날아오르는 초록머리를 보며 잎싹이)

"엄마는 나랑 다르게 생겼지만, 그렇지만, 엄마 사랑해요." (173쪽, 초록머리가 잎싹에게)

어두워지는 들판, 그 속을 뚫고 어미가 달려가고 있다. 눈도 못 뜬 새끼들 때문에 곧 돌아와야 하는, 바람처럼 재빠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어미. 고달픈 애꾸는 사냥꾼. (184쪽, 족제비 묘사)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189쪽, 초록머리가 청동오리 떼들과 떠나고 난 뒤 잎싹)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 (190쪽, 잎싹이 족제비에게) -이 얼마나 깔끔한가. 살아있을 이유가 없어지면, 새로운 목숨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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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4-10-1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은 무지 못 봤는데요.. 흑흑ㅠㅠ
그래도 친구랑 부대..그러니까, 부산대학교 앞에 영화관에서 영화 봤어요. 영화 보고 나와서는 음반매장에 가서 아빠 생신 선물로 드릴 테이프를 좀 보다가, 서점에 가서 책 샀구요.^^ (둘이 만화책의 홍수속에 황홀해하다 나왔지요ㅎㅎ) 근데 이런 것도 '놀았다'고 할 수 있나?;;;

ceylontea 2004-10-1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즐거웠다면.. 논 것 아닐까요?? ^^

明卵 2004-10-1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렇겠죠? 근데 영화선정을 잘못했어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봤는데요, 좋은 영화였지만 시험 끝나고 친구랑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우리형>을 봤으면 좋았을까.. 부산 국제영화제 때문에 메가박스가 일반 영화 상영을 안 해서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어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