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만드는 영화였다. 나를 압도해버릴만큼 광활한,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감싸는 듯 빛나는 그 땅! 그 아름다움! 중국에는 이상하게 좋은 감정이 안 생겨서 중국어도 정이 안 갔는데, 역시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
내가 영화를 보고 중국어에 흥미가 생겼다고 해서 내용이 훌륭했다는 건 아니다. 영화는 참 진지한데, 나는 킥킥거리느라 바빴으니. 앞부분에서는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던 관군 4인방(처음에 좀비인 줄 알았다)에서만 웃었지만, 시간이 흘러 영화가 끝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그 숨죽인 웃음은 다시 터졌다. 킥킥거리면서 생각했다. '눈이 이렇게 쌓이다니... 니네는 지치지도 않니?' '너는 또 왜 일어나니?(좀비 2세쯤 되는 것 같았다)'. 졸지에 무협멜로가 코미디로 변질된 채 스크린이 검게 변했다. 나는 이 급전개로 인한 장르의 변환이, 어떻게든 정리되기를 바라며 가만히 기다렸다. 그런데 문구가 떴다. 매염방이 뭐가 어째? 설마? 설마 끝? ...이 영화는 결국 나를 배신했다.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정말 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울 정도로 정신없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한 장면 한 장면이 내뿜는 놀라운 아름다움은 극에 달했다. 배우 자체의 미에, 의상과 배경의 아름다움, 묘하게도 '한 문화권'이라는 동질성과 함께 느껴지는 '다른 나라'로서의 이질감까지 더해져 화면은 아름다움을 터질 듯 잡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색채라니. 파격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색깔과, 색깔과, 색깔들을, 맑으면서도 밝은 빛으로 빚어낸 그 색채는 놀라우리만치 이 영화를 정지화면의 예술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자칫 보고 나오면서 화가 날 수도 있는 황당한 결말 처리를 하고도 <연인>은 나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도 대개 "도대체 이거 뭔데?" 하는 분위기였지만, 돈 아깝다는 말이나 욕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번에 영화 선택을 잘한 것 같다. 월요일에 학교가면, 친구랑 금성무에 대해 떠들어야지. (장쯔이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우리는 여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그다지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