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샤시하고 반들반들한모양의 송편을 기대했던 나는 이런모양과 얼룩덜룩한 색깔에 살짝 실망했다..예전에 어머니가 빚으신 버선코모양의 그 단아한 송편모양이 안나왔기 때문...

이사진은 그래도 차례상에 올릴거라고 고르고 골라서 좀 났다..밑에 갈색이 뭍은게 보일것이다.그건바로 흑설탕깨비빈걸 소로 넣은 것이 터져서리..덕지덕지 묻어버렸다..풋콩을 삶아서 다 넣고는 소가 모자라 흑설탕과 깨를 비비어 넣은게 화근이었다..찜통에 풋콩넣은걸 제일밑에 깔고 솔잎을 켜켜히 깔고 마지막에 한 깨송편을 젤 위에 얹은것이다.아무 생각도 없이 말이다..단지 몇개만 터졌을뿐인데 거의다 흙설탕색이 묻어버렸다. 색이야 어쨌건..솔향기가 확 나는게 정말 맛나다...딸아인 깨송편이 꿀떡이라며 너무 좋아했다.

아침부터 송편을 빚는다고 서둘렀는데..올해는 형님보고 송편도 같이 빚고 전도 같이 부치자고 했다.해마다 부엌이 좁다는 이유로 전을 형님께서 거의 다 부치시기 때문이다..그런데 어머님이랑 형님이랑 나, 딸래미 이렇게 넷이서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데 어머님이 계속 아이고,에고 하시는거다..지켜보니 어머님께선 그 수많은 세월동안 홀로 빚으셨던 송편을 모양을 잊으신거다..이리도 눌러보고 저리도 쥐어보고 하시지만 영 예젼의 그 반듯한 버선코모양이 나오지 않았다...급기야 에이....못빚겠다시며 물러나앉으신다.....순간 눈앞이 뿌얘졌다....어쩌리....우리어머님께서 결국엔 송편빚는방법도 잊으신게야..결코 치매나 그런것이 아니다..이제 내년이면 팔순이신 어머님..허리가 올추석엔 유난히도 많이 아프다고 움직일적마다 에구구를 연발하시지만 정신만은 온전하신데...손이 말을 듣지 않는거다..손에 쥐는 힘도 많이 약해지시고....멀찌감치 앉으셔서 손녀딸이 이젠 제법커서 엄마를 따라 송편을 조심히 빚는걸 지켜보시고..해은이가 많이도 컸구나...그래 내년이면 전도 부치겠다..하신다..어머님의 세월이, 말씀이 나를 아프게 한다..

송편을 물리고 나는 거실에 앉아 햄(하필 햄이었다.동그랑땡도 별로지만 햄은 정말 싫었다..하지만 오랫만에 보는 햄을 애들은 거의 걸신들린듯이 집어먹었다..그동안 안먹인게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과 동태전, 쇠고기산적을 부치고 형님은 오징어튀김과 배추전을 하셨다. 거실에서 할일이 다 끝나서 부엌에 들어가니 배추전이 남아있어 그걸 또 부치고...(배추전은 정말 힘들다..두꺼운줄기부분을 계속 뒤지개로 꾹꾹눌러줘야하기에..그러다 손을 늘 데기에..)   여러가지 나물 삶아논걸 물에 담궈놓고 그렇게 12시가 넘어서 후딱 헤치우고 애들 큰고모가 해오신 묵으로 한사발을 말아벅고 점심을 대신했다. 계속 작은방에 누워계시던 어머니에게로 갔다.. 작은소리로 코를 골고 계시는 어머님...내가 시집올때만해도 검은 머리에(물론 염색을 가끔하곤 하셨다) 비녀로 곱게 쪽을 지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던 어머니 머리빗으실때마다 옆에가서 한번씩 몰래 만저보곤했다. 괜히 어머니 어떻게 비녀하나로 머리를 안움직이게 할 수 있어요? 하고 철딱서니없는 물음도 해보고...ㅎㅎㅎ 이제는 그 머리를 싹뚝 잘라버려서 컷트머릴 하고 계신 어머니, 난 그머리가 정말 별로이다...어째서 나이가 들면 다 그머릴 하게 되는건지...

형님께서 잠깐 외출한다하시고 나는 주무시는 어머님곁에 누웠다..금방 골아떨어졌는데..자는 중에 간간히 어머니가 이불을 덮어주시는걸 느낄 수 있었다..어머니....제가 어머니처럼 머리에 흰머리가 간간히 보일때까지만이라도 이렇게 곁에 눕고 싶어요..하고 꿈결에도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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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6-10-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짠하네요...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으니..

해리포터7 2006-10-0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네 흘러가는 세월을 어쩌겠어요..

카페인중독 2006-10-0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을 덮어주시는 어머님...이상하게 제가 다 뿌듯, 짠하네요...히~

해리포터7 2006-10-0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중독님..전 시집가서부터 시댁갈때마다 어머님이랑 같이 누워잤어요.히~신혼때 몇번빼고요.

비로그인 2006-10-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부간의 갈등, 이런 단어는 조금도 볼 수 없는 페이퍼.

세실 2006-10-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즈넉한 추석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년까지는 송편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샀어요. 저두 깨송편 좋아해서 골라 먹는답니다. 아 반갑네요. 송편~~~
명절 잘 보내고 오셨군요!

전호인 2006-10-09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깨송편과 밤을 넣은 송편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송편을 찌면서 나오는 솔잎향은 정말 고향의 냄새를 물씬 풍기게 만드는 그런 효과가 있는 듯 합니다.

치유 2006-10-0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 저도 맨날 시어머니 옆에서 자요..ㅋㅋㅋ
어른들의 그런 모습을 볼때면 누구나 가슴 짠해 지며 아릴거예요..그죠??그런데 옆에서 보신 님은 더 그렇셨지요?/
송편 먹고 싶다//

해리포터7 2006-10-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고부간의 갈등이란거 둘다 힘이 남아돌때나 하는것 같아요..저처럼 어머님이 너무 연로하시면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요.ㅎㅎㅎ
세실님 저두요.깨송편좋아해요..님도 명절 잘 보내셨지요?
전호인님..밤이 올해는 귀해서 넣질 못했어요.글구 집안에 좋아하는사람도 귀하구요.ㅎㅎㅎ 님말씀대로 솔잎향이 정말 은은하니 계속 남더군요..
배꽃님 히~~ 우린 그렇군요...전 어렸을적에 할머니랑 늘 같이 잤기때문에 어머님옆이 더욱 좋아요..

한샘 2006-10-1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님께서 잠깐 외출한다하시고 나는 주무시는 어머님곁에 누웠다..금방 골아떨어졌는데..자는 중에 간간히 어머니가 이불을 덮어주시는걸 느낄 수 있었다..어머니....제가 어머니처럼 머리에 흰머리가 간간히 보일때까지만이라도 이렇게 곁에 눕고 싶어요..하고 꿈결에도 소망했다...

아~ 왜 눈물이 나죠? 포터님의 한가위이야기 잘 들었구요, 수고많으셨어요~저두 깨송편 먹고 싶어요~



해리포터7 2006-10-1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샘님..님 눈물나라고 이런얘기 적은게 아닌데...쩝&
기냥 돌아와서 자꾸만 송편빚다가 물러나앉으실때 어머님표정과 맘이 생각나서리 자꾸만 눈물이 고이더라구요..요며칠 계속 생각나네요...

한샘 2006-10-1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마음 푸시와요~저두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포터님 마음에 공감했기에 그만...^^세월이 하는 일을 어찌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겠어요. 우리도 언젠가는 다음 세대에게 좋은 모습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이만 자러 갑니다^^

해리포터7 2006-10-1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샘님 그렇지요.흘러가는세월을 불러세울 수는 없으니...저는 늘 소원한답니다. 제가 나이들어서는 모든걸 제발 저혼자 할 수 있을때까지만 있다가 가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