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순간은 대체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디로 향하든 출발지는 기준이 된다. 앞으로 몇 년, 아니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더욱 기쁠 수도 있을 것이고, 실망할 수도 있을 터다. 나라는 훨씬 나라다워 질 것이고, 정의와 공정을 위한 오랜 숙원들이 해소될 가능성도 높지만, 해법이 나올 수 없는 지정학적 과제들과 세계적인 특히 중국의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의 경제적 일상이 얼마나 나아질지는 알 수 없다. 지옥에 비견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당위적인 목표에 가깝지만, 그러한 개혁은 그것 자체가 전부가 아닌 올바른 전체의 부분이어야 한다.

 

아마도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청렴과 결백에 대한 완전한 수준의 기대를 받으며 시작하는 대통령을 갖게 되었다. 때로는 우리의 신뢰가 맹신이 아닐까 의심도 들지만, 지나온 삶이 표정을 만들고, 그 표정이 사람을 설명한다는 옛말은 내게는 경험적으로 유효하다. 자신의 청춘을 온전히 약자에 바치고, 자신의 치아 10개를 국가에(혹은 동지에) 바친 사람은 드물다.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고, 아이는 부모의 가난이 자신의 행복에 결정적인 장애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면, 어쩌면 새로운 지도자의 책무는 그것으로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믿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이미 던져놓은 약속의 절반 정도는 지키거나, 그럭저럭 올바른 방향을 향해서 간다면, 일부 흠이 보이더라도 계속 믿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비판과 견제는 유익하나 분열과 오해는 소모적이다. 필요한 것은 비판을 통한 덧셈의 정치이지, 증오를 표출하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세상에는 어디나 부패와 불행이 있다. 아마도 우리가 그에게 보고 싶은 것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대한 극도의 엄정함과, 국민에 대한 진정한 따스함이다. 그것이면 우리는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영원히 바뀌지 않을 이미지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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