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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이승진 옮김 / 향연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카하시 식으로 말하다.
그러니까.
<이건저열하고도냉소에가열적인새벽세시의모방성짙은농담북>
1.
일본문화개방을 외치던 매국노 인사들이 연단위의 한 고등학생 갱에게 볼링 핀처럼 쓰러지다! : 주간ㅈ선
십년 전쯤의 내 이름은 <아리랑 남벌 국민의례 송 북>이었다.
나는 윤리와 국사교과서로 무장된 갱이었다.
하지만 내가 착각했던 건,
그때 해방이 된 줄 알았다는 것.
하지만 진실은 대한민국은 일본의 30년 정도 뒤진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 부정하려 해도 갱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다는 것.
해방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해방에는 훨씬 더 많은 시련이 필요하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많은 영웅들이 증명했다.
로쟈는 개머리판적인 시련을 겪었고, 트로츠키는 도끼적인 시련을 겪었고, 우리의 영웅들은 새로운 입시유형적 시련을 겪는다. 논술시장의 새로운 전설들은 열강熱講한다. 부유한 이들은 재빨리 강의를 갈아탄다. 그러니까,
부유한 사람들은 적응이 빠르다. 그리하여 사실 나는 부럽습니다. 그들의 안정이. 그들의 침묵이. 그들의 망각이. 사계절 잠만 자고 있는 투쟁의 기억이. 그것을 팔아먹는 만화가들이. 아아. 찬란히 빛나는 것은 컵라면뿐입니다!
라고 마르크스는 1841년에 프루동과 바쿠닌과 헤겔에 관해 토론하던 중 투덜대었습니다.
2.
나는 지저분한 짓을 많이 했다. 나는 내가 소설가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1년간 썼습니다.
나는 ㅈ프 버클리가 좋습니다.
나는 ㅈ니스 조플린이 좋습니다.
나는 ㅈ미 핸드릭스가 좋습니다.
나는 ㅈ향 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죽어버린 ㅈ이 좋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글을 쓰기에 좋지 않습니다.
조명도 어둡고 공기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먹을게 없습니다.
그러니 너절한 팝 문학은 집어치워 주세요.
어설프게 미친 사이코를 보면
나이스한 기분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미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들뢰즈를 20번쯤 보고, 푸코를 30번쯤 보고, 라캉을 50번 쯤 보고, 히치콕의 영화를 100번쯤 보고나서, 미침에 대한 계보학적 논문을 작성하여 봅니다. 그리하여 미침에 미치면, 21세기형 사이코에 대한 분열적 단상이 떠오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침은 결코 삶에 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정신의 표면에서 미끄러져 버리니까요.
3.
그렇다면 이것은 이름이 무엇이죠?
문득 찾아온 세이렌이 물었다.
소설을 쓰지 않는 소설가인 나는 대답했다.
<대한민국 마지막 사무라이 새마을 운동형 개그맨>이야.
쿠데타 이후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에 짊어지고 있지.
역시나,
무거운 비극에 시름하지 않는 분단국가의 작가라는 건 심각한 비극이라 생각해요.
세이렌 옆에 북한산에서 날아온 앵무새가 말하였다.
하지만 그 앵무새는 훨씬 더 똑똑한 앵무새다.
세이렌쯤, 전자레인지에 구워 먹을 줄 안다. 더 이상 질문은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아무 소설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더 이상 노래는 광장에서 울려 퍼지지 않았다. 그리하므로,
미안해요, 세이렌.
이것이 내가 처음 썼던 단편 소설의 제목이었다.
그것은 마치 잃어버린 언어처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