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 양정자
공부도 신통찮은데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참견 안 하는 데가 없어
친구들과 유난히 잘 다투는
입이 참새처럼 뾰죽 튀어나온 박현주
아무리 야단쳐도 말다툼 그칠 날 없네
생각다 못해 1학기 성적표 가정통신란에
'마음이 너그럽고 이해심이 깊어
친구들과 유난히 사이가 좋습니다'라고
은근히 정반대로 부추겨주었더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2학기부터는 싸움 한 번 안하고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워졌네
눈부신 꽃으로 보면 더욱 눈부신 꽃이 되고
하찮은 돌멩이로 보면 여지없이 돌멩이로 돼버리는
기대한 만큼보다 훨씬 더 이루는
무한 가능성의 놀라운 아이들
며칠 만에 임시 우리반에서 가장 결석을 많이 한 현미(가명)가 학교를 왔다. 생긴 건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처럼 생겼는데, 평소에도 우리 학교에서는 지각과 결석이 잦은 편인 학생이었다. 요즘에도 연락 없이 안 온 날이 있어서 방과 후에 남겼다. 일단 교무실에 데리고 와서 원래 우리반 아이들이 쓴 날적이 공책(모둠 일기장)을 찬찬히 읽어보라고 줬다. 나는 옆에서 간단하게 컴퓨터 정리와 책상 정리를 하면서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기회를 엿다가 질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 녀석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나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는 게 무척 많았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하던 녀석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반이 아니니까 국어시간에만 볼 뿐인데, 그 시간에 하는 행동만 가지고-사실 무지하게 공부는 안 한다- 내 마음 속에서 이미 그 녀석에 대한 평가를 모두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차분히,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야기 속에 한 학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미안해서 학교를 같이 나와 호떡집과 어묵집으로 데리고 갔다. 날도 무척 추운데 둘이서 호떡 한 개씩-땅콩든 음식은 못 먹는단다- 그리고 어묵 한 두개씩 먹고, 내일부터는 꼭 학교에 오라고 말했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참 예뻤다.
나는 그 녀석이 김치찌개를 비롯한 온갖 요리를 잘 하는 줄은,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 줄은,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줄은,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줄은, 땅콩과 단무지를 못 먹는 줄은 몰랐다. 가끔씩 학교에 오지 않고, 오직 공부시간에 떠들고 산만한 아이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