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라서 유쾌한 것이 아니고-보통 토요일은 잠을 자기 딱 좋은 날이거나, 공부방에 가야하는 날이 많기 때문에 그닥 유쾌한 날은 아니다.- 특별히 지난 토요일에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유쾌한 토요일이 되었다. 이름하여 족구계! (실제로 '계'를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모임 이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 늦게, 부랴부랴 연락을 해서 모이기로 한 친구들은 대학 동기 넷!(나를 포함해서) 대학에 입학할 때 우리 동기들 중에서 남학생이라고 우리 넷이 전부였다. 각자 생각이 다 다르면서도 자주 같이 어울려 다니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여행도 함께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끼리 재미난 일이 무척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셋은 같은 시기에 입대도 하고 복학해서 또 학교를 같이 다녔다.

   우리 넷은 특별히, 대학교 교정에서 강의실에서 꺼낸 책걸상에 끈을 묶어서 네트라고 만들어 놓고 족구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입학해서부터 계속 공차는 걸 좋아했는데, 지나가던 교수님들께서 꾸중을 하셔도 다음날이 되면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로 다시 족구를 열심히 했다. 그러니 우리들의 실력도 쑥쑥 향상되어서 웬만한 팀과는 시합을 해도 지지않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대학교 4학년, 임용시험 준비를 위해 우리 과가 있는 건물-대학교 제일 꼭대기에 있어서 주변은 온통 소나무 숲이고, 올라오는 사람도 적어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도서실에서 여름방학내내 공부를 했다. 그러나, 저녁을 먹고는 항상 '족구'를 해야 그날의 일과를 마감할 수 있었다. 공부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그 운동으로 모두 풀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시험은 다음해에 또 칠 수 있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발령을 받아 나가겠지만, 이 친구들이 이렇게 놀 수 있는 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어울리고 운동했던 기억이 새롭다.

   옛날 이야기는 이제 이쯤하고,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모두 발령을 받아서 지금은 중/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학교 다닐 때 그 버릇 그대로,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씩은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에 초대를 해서 족구를 한다. 공을 차며, 가족 이야기, 학교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낸다. 그리고는 함께 목욕을 하고 보통 저녁을 함께 먹는다.

   우리는 닮은 점도 많지만 아주 다른 점도 많다. 모처럼 만나서 헤어지기가 아쉬운 날에는 술집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가는데, 주문하는 것도 모두 제각각이다. 유자차, O/J(오렌지 쥬스), 맥주, 커피...등 그냥 각자가 알아서 시켜먹으며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보통은 일상적이 이야기는 운동이나 밥 먹으면서 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아주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토론!(모두 다 '달변'-나를 빼고-이다. 어떤 후배는 우리와 어울려서 진지하게 듣고 있다가 '형들, 100분 토론에 나오는 패널들 같아요~!'는 말을 던져 우리를 웃겼다. 또 다른 후배는 이렇게 넷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붙어다니는지 신기하다고도 말한다.) 동기들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아직은 관심의 영역이 자기와 가족에만 매몰되지 않고, 생각의 폭이 넓어서 활기찬 대화가 가능한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는 족구, 배드민턴, 탁구 등으로 힘을 완전히 빼고,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었다. 아주 기분이 좋아진 우리들은 '금정산성' 동문 옆에 있는 너넉바위에 올라갔다.(그 때가 밤 10시쯤이었다.학교 다닐 때가 함께 그 바위에 올라서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부산의 금정구/동래구/부산진구가 모두 불빛으로 보였다.

   마음이 맞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 날은 아주 기쁜 날이다. 앞으로도 '족구계'가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다음에는 이 엽기적인 친구들의 행적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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