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이
- 고재종
용골 아이 김순동이는
재 넘고 내 건너는 시오리 학교길
타잔처럼 날래게 뛴다
2학년짜리 그 아이
동무들 하나같이 떠나버려서
하학길엔 냇가에서
홀로 다슬기 송사리 잡고
숨 하나 안 차게 뛰어오르는 산길에선
먹딸기 따고 나리꽃들과 노닥이다
뉘엿거리는 해 동무하여
산막에 들면
지난 겨울 아이와
산노루 쫓다 허리 다친 그 아비
으흐흐흐 짐승처럼 끌어안고
그때쯤이면 칠흑 천지 속으로
알별 잔별 총총
풀벌레 울음 따글따글 영글어
머언 전설 한 태산 내려쌓인다
산아랫말 더벅머리 총각과
눈 맞아 떠나버린 그 어미처럼
우리 너무 쉽게 숫정을 버릴 때
우리 추억의 문도 소리없이 닫히고
용골 아이 김순동이 오늘도
야밤중에 오줌 싸러 나왔다가
산정 위 일등성 보고
엄마! 하고 부를 때
산이 산으로 우는 소리며
별이 별로 우우우 떠는 소리 더한
지상의 모든 순결한 것들이
제 몫의 외로움을 싸하게 깨닫는 소리
땅 끝 어디 한포기 풀잎에까지
싱싱한 이슬로 미쳐 떨린다
<날랜 사랑>, 창작과비평,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