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이었다. 아니 더 됐을지도 모른다. 거의 한 달 전에 모인 모임도 결혼식 축가 준비로, 제대로 이야기를 못 나눴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기다려지고 반가워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모두 기운이 조금씩은 빠진 듯 보였다.

   오늘 모두아름다운아이들 모임이다. 그런데 마침, 부산의 개성고등학교에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이 있다는데, 거기에 가 보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으나 미루기로 했다. 여덟 명의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들을 보면 무거운 마음이 싹 걷힌다. 그래서 딱 찝어 하는 일은 없어도 모임에 오게 되나 보다.

   오랜만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올해 새롭게 발령받은 02학번의 영어선생님이시다. 이런 모임을 스스로 찾아오신 게 대단하게 보였다. 잘 가르치고 싶은데, 아이들이 공부도 잘 못하고, 수업도 안 듣는 게 속상해서 방법을 찾다가 같은 학교에 계신 선생님의 소개로 오셨다고 했다. 말씀을 듣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의 초임 시절을 떠올리며 흐뭇해해서 모임의 활기가 돌았다.(부디 이 선생님께서 우리 모임에 정을 붙이고 오래 나오셨으면 좋겠다.)

   학교에 있다보면 무슨 모임을 꾸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학교 바깥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한다는 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벌써 5년째 함께 하고 있다. 요즘 주변의 여러 모임들이 침체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이 삭막한 세상에도 그래도 무엇인가를 나누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있다. 이 사람들과 함께 묵묵히 한 길을 걷기로 한 번 더 결심한 날이다.

   나는 우리 모임을 처음 시작했던 사람 중의 한명이다. 나는 망할 때까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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